미국서 1000억 번 '어글리 돌'..한·미 커플 연애편지서 탄생
나원정 2019. 4. 28. 06:01
미국서 1000만개 팔린 인형 '어글리 돌'
김선민씨가 미국인 남편과 탄생시켜
오바마 딸·휴 잭맨 등도 팬 인증
팝스타들 더빙 애니메이션 개봉
각기 한국‧미국에서 국제연애를 하던 디자인학도 커플. 이들이 연애편지에 장난스레 그린 작은 괴물 캐릭터가 전 세계에 사랑받는 아트토이가 됐다. 미국에서만 1000만개 넘게 팔린 봉제인형 ‘어글리 돌(Uglydolls)’ 얘기다. 눈‧코‧입 개수도 제각각. 세간의 기준으론 못생긴(Ugly) 외모지만, 그런 약점까지 톡톡 튀는 개성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을 한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면서 “어글리 돌을 통해 ‘다름’을 즐기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다른 나의 모습도 사랑하고 환영하자는 이야기”라 했다. “아이들이 어글리 돌 때문에 자신감을 얻고 밝아졌다는 부모님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되고 힘이 난다”고 했다.
2001년 나온 어글리 돌 1호는 앞치마 두른 요리사 인형 ‘웨이지’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호바스씨가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김선민씨에게 편지에 그려 보낸 캐릭터였다. 이를 김씨가 “서로 떨어져 힘들 때라 기운 내잔 의미”로 손바느질 인형으로 만들어 미국에 보냈고, 이 창작물에 감동한 호바스씨가 이를 LA의 한 완구 전문점에 소개했다. 처음엔 스무 개씩 만들어 팔던 인형은 곧이어 여러 캐릭터를 출시하고, 미국 전역에서 재봉틀로 감당 못 할 만큼 주문이 쇄도하면서 정식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런 인기를 호바스씨는 아내의 공로로 돌렸다. “선민이 지은 ‘어글리 돌’이란 이름과 인형의 부드러운 느낌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 같아요. 인형마다 곁들인 약간의 캐릭터 설명도 즐거움을 줬죠.” 그가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전한 얘기다.
캐릭터 구상은 부부가 같이하지만 그림은 남편이, 인형 제작은 아내가 맡는다. 모든 캐릭터에 이름이 있고 성격과 특기도 다르다. 여러 친구를 거뜬히 껴안아줄 만큼 품이 넓은 인형의 이름은 한국말 ‘바보’다. 김씨는 “바보란 단어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음을 나타내고 친근하고 정감 있어 쓰게 됐다”면서 “캐릭터마다 개성이 달라 자신이나 가족‧친구와 닮았다고 재밌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다음 달 전 세계에 개봉할 동명 애니메이션은 어글리 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탄생 비화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슈렉2’를 공동 연출한 켈리 애스버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웨이지‧바보에 더해 핑크빛 긍정 소녀 ‘모씨’, 래퍼 강아지 ‘어글리 독’, 외눈박이 시장 ‘옥쓰’ 등이 주인공. “못생긴 아침(Ugly Morning)!”이란 인사로 하루를 여는 이 활기찬 마을 주민들은 별난 것을 축하하고 이상함을 소중히 여긴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런 주제가 깊이를 더한다. 켈리 클락슨, 핏불, 닉 조나스, 자넬 모네 등 유명 뮤지션이 더빙에 나선 뮤지컬 장면들도 귀가 즐겁다. 한국말 더빙판엔 유명 장난감 유튜버 엘리(본명 이성인)도 참여했다. 개봉에 맞춰 세계 최대 완구회사 해즈브로에서도 어글리 돌 인형이 출시됐다.
김선민씨는 “오랫동안 영화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가장 기쁘다”면서 “신나는 노래를 보고 들을 뮤지컬 장면이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결혼해 경기도 용인에 신혼살림을 꾸렸던 부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딸을 얻은 뒤 아기곰에 관한 동화 『심술쟁이 보시베어』, 미국에 사는 아시아 소녀 캐릭터 인형 ‘연아’ 등도 새롭게 선보였다. “여러 캐릭터 브랜드를 책‧완구‧패션‧TV쇼‧갤러리 등에 선보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는 그에게 최고의 장난감의 조건을 물었다.
김선민씨가 미국인 남편과 탄생시켜
오바마 딸·휴 잭맨 등도 팬 인증
팝스타들 더빙 애니메이션 개봉
지금껏 나온 수십여 종 캐릭터가 세계 20여 개국에서 1억 달러(약 1100억원)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2006년엔 미국 장난감 협회에 ‘올해 최고 장난감(Toy of the Year)’으로 선정됐다. 다음 달 1일엔 동명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도 개봉한다.
18년 전 이 사랑스런 인형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한국인 김선민(43)씨와 미국인 데이비드 호바스(48)씨.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으로 만나 이젠 딸을 둔 부부가 됐다. 김선민씨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일을 한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면서 “어글리 돌을 통해 ‘다름’을 즐기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다른 나의 모습도 사랑하고 환영하자는 이야기”라 했다. “아이들이 어글리 돌 때문에 자신감을 얻고 밝아졌다는 부모님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되고 힘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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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 딸도, 휴 잭맨도 팬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딸도, 휴 잭맨도 팬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사샤가 좋아하는 인형으로도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도 6년 전 영화 홍보차 내한해 서울 인사동의 전문매장에서 어글리 돌을 구매, 인증샷까지 올렸다.
이런 인기를 호바스씨는 아내의 공로로 돌렸다. “선민이 지은 ‘어글리 돌’이란 이름과 인형의 부드러운 느낌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 같아요. 인형마다 곁들인 약간의 캐릭터 설명도 즐거움을 줬죠.” 그가 이번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전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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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점 캐릭터 수십 종, 한국이름 '바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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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애니엔 팝스타들 더빙, 한국어판엔 인기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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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위한 최고의 장난감 되려면…
아이들 위한 최고의 장난감 되려면…
“아이들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중요하죠.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이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장난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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