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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빠른 북극권 온난화..땅밑 잠자던 메탄·탄소도 깨어나 인류 위협

김기범 기자 입력 2019.04.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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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국 랭커스터대·케임브리지대 공동연구진, 기후변화 가속 경고

NASA 항공기가 촬영한 그린란드 남부 피오르에서 빙하가 흘러내려가고 있는 모습(2016년 9월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인류에게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해수면 상승, 사막화, 슈퍼 태풍의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북극권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21세기 말까지 세계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약 67조달러(약 7경80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랭커스터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세계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준수할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피해 규모이다. 2016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76조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북극 주변 지역에서 해빙과 눈이 녹아내리고 영구동토가 사라지는 현상이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연구진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4개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세계 각국이 준수할 경우에는 피해액이 25조달러(2경9000조원)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세계 각국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1세기 후반까지 지구 전체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에 합의했다.

연구진은 북극권 해빙이 녹고 주변 지역을 덮은 눈이 사라지면서 태양열을 흡수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 광대한 넓이의 영구동토가 사라지면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 등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고 설명했다. 영구동토는 지층의 온도가 연중 0도 이하로 항상 얼어 있는 땅을 말한다. 한대 기후에 해당하는 남극과 북극 주변, 시베리아, 알래스카, 그린란드,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 존재한다.

연구진은 “북극권에서는 매우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영구동토의 융해와 눈의 소실은 기후 시스템에서 도미노 같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즉 북극권의 기후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만 임계점을 넘어선 변화가 일어나도 도미노처럼 다른 요소들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한번 임계점을 넘어서면 변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계 전체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약 4~5도 높아진 상태를 말하는 ‘핫 하우스 어스’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북극권의 기온 상승 평균치는 10도가량에 달할 수도 있다.

해빙 녹고 덮여 있던 눈 사라지며 태양열 흡수 비율 높아져 ‘악순환’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북극권에서는 세계 평균에 비해 적어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해빙과 눈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빙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로, 해빙이 줄어든 만큼 늘어난 바다의 면적은 약 26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얼음과 눈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북극권의 물과 토지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는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빙 알베도 피드백’이라고 부르는데 알베도는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에너지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량의 탄소·메탄 포함하고 있는 영구동토 녹으면서 대기로 방출 메탄, 이산화탄소 20배 ‘온실효과’

해빙이 녹는 것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인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영구동토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반구 지표의 25% 가까이를 차지하는 영구동토 아래에는 대량의 탄소와 메탄이 잠들어 있으며 영구동토가 녹아 일반 토양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연구진은 북극권 기온이 더욱 올라가면 영구동토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메탄과 탄소의 방출 속도도 빨라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메탄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높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북극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 지역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미래가 좀 더 어둡다는 의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등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23일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속도가 1980년대 이후 6배가량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인공위성 및 지상 관측, 정교한 컴퓨터 기후모델링, 덴마크령 그린란드 지역에서 1972년 이후 사라진 빙하의 양을 산정해 분석한 결과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 100배 아산화질소도 알래스카서 방출

최근에는 알래스카의 영구동토가 융해되면서 지금까지 예상보다 약 12배에 달하는 아산화질소가 방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100배가량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다.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인류와 동식물을 보호하는 성층권의 오존층도 파괴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영구동토의 어느 지역에서 얼마큼의 아산화질소가 방출되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랭커스터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연구진은 북극권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산출에는 수중에 존재하는 영구동토와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방출 등 요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요소가 포함될 경우 예상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북극권의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자원 채취가 쉬워지는 등 경제적 이익도 발생하지만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대부분은 인도, 아프리카 등 기온이 높고 가난한 지역들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인류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2도 정도로 억제하더라도 영구동토의 상실과 북극권의 알베도 저하는 온난화를 매우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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