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 일본의 '국민병'

이재은 기자 입력 2019. 4.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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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일본 그리고 국민병 ①] 일본 당뇨 인구 2000만명 시대.. 탄수화물 섭취량 높은 식단이 문제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일본이 병에 걸렸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생활 습관과 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호소했다. "과체중자와 비만 인구는 체중을 줄여야하고 다른 국민 역시 신체 활동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연일 신문에서도 '국민병'이라며 늘어난 환자수를 우려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전국 2만418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이 병을 앓고 있는 인구는 전체의 12.1%인 1000만여명으로, 1997년 690만명 이후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여기에 이 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병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예비군' 역시 1000만명으로, 이 병을 앓는 것으로 보이는 인구가 총 2000만명으로 거듭났다.

이 병은 당뇨병(일본인 당뇨병 환자의 약 95%는 2형 당뇨병)이다. 이중 10%만 유전에 따른 것이고 90%는 식습관 및 운동부족에 따른 것인 만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고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당뇨병에 취약한 아시아인 인종적 특성… 일본인 당뇨병 낳았다

탄수화물은 단백질·지방과 함께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3대 영양소로,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50~60%를 탄수화물에서 얻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하루 섭취 영양분 중 50~70%를 탄수화물에서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인슐린 과다분비로 생리현상에 불균형을 낳는다.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세포 속에 흡수시켜 에너지원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지만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사용 후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결국 탄수화물 중독은 비만·당뇨·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대사증후군성 질환으로 연결된다.

야끼소바빵/사진=위키커먼스

일본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흰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데다가 빵이나 면류 등 밀가루 음식을 간식으로 즐긴다. 여기에 음료수나 쿠키, 사탕, 빙과류 등 설탕이 들어있는 다른 탄수화물 공급원을 추가로 섭취해 탄수화물을 과다섭취하기 쉽다. 특히 설탕은 탄수화물 이외 영양소가 거의 포함돼있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설탕 섭취를 에너지의 5% 미만(약 24g)으로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의 설탕 섭취는 과다한 상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일본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설탕의 양은 하루 69g으로,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의 성인 하루 필요 에너지 섭취량(2200kcal)의 17.25 %에 해당한다.

이 같은 일본인의 식습관은 아시아인의 인종적 특성과 합쳐져 당뇨병을 국민병으로 발전시켰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채닝 연구소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미 섭취량이 많지 않은 호주인과 미국인보다 섭취량이 많은 중국인과 일본인에게서 제2형 당뇨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아시아인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백미를 섭취하기 때문에 다른 탄수화물 공급원을 추가로 섭취한다면 서양인들보다 제2형 당뇨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인은 인종적으로도 당뇨병에 취약하다. 아시아인은 근육이 적고 복부지방이 많아 인슐린 저항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감소해 근육 및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잘 저장하지 못하게돼 고혈당이 유지되고, 이를 극복하고자 더욱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인은 BMI지수가 낮더라도 당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전세계 약 3억8200만명의 당뇨병 환자 중 60% 이상이 아시아에 거주한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등 아시안의 당뇨병 유병률과 백인간의 유병률은 약 2배가 차이난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남아시아 여성은 당뇨병 빈도가 27.5%, 남아시아 남성은 26.7%, 백인 여성은 2.9%, 백인 남성은 5.9%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탄수화물에 빠진 일본

일본인의 탄수화물 사랑은 익히 알려져있다. 일본인은 흰 쌀밥에 우메보시(梅干し·매실장아찌)나 명란젓 등 짠 반찬을 즐겨 먹는다. 반찬을 짜게 먹을 경우 흰쌀밥을 더 많이 먹게되고, 혈압도 높아져 당뇨병이 발생하기 쉽다.

우메보시와 오니기리(주먹밥)/사진=위키커먼스

별도의 반찬 없이 흰 밥에 후리카케(ふりかけ·어분(魚粉)·김·깨·소금 등을 섞어 만든 가루 모양의 식품)를 뿌려 먹거나, 오챠즈케(お茶漬け·쌀밥에 녹차와 가쓰오부시 다시를 부어 먹는 음식)을 즐겨 먹기도 한다.

우동, 소바, 라멘 등 탄수화물 지수(GI지수)가 높은 면 요리도 일본인이 사랑하는 음식이며 감자가 들어있는 고로케빵이나, 야끼소바빵(빵에 야끼소바가 들어있는 것)처럼 탄수화물이 거듭 들어있는 식품도 인기다.

이 같은 탄수화물 사랑이 당뇨병 유병률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일본 내 중론이다. 예컨대 '달콤한 간장'이 특산품으로, 음식이 달콤한 것으로 유명한 가고시마현은 당뇨병 유병률 5위다. 타카미네 카즈노리 가고시마대 농학부 교수는 "가고시마현민은 '달콤함'을 맛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음식문화로 뿌리내려있다"면서도 이 같은 음식 문화가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사진=카가와현 공식 관광 웹사이트

일본 내 밀가루 소비량 최대인 지역으로, '우동현'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가와현 역시 당뇨병 유병률 3위의 현이다. 카가와현에만 우동집이 600개가 있을 정도로 우동 소비율이 높은데, 이 같은 '우동'과 여타의 탄수화물 소비가 당뇨병의 이유로 지목됐다.

2016년 일본 뉴스24는 "'우동현' 카가와현의 당뇨병 사망률이 높은 원인은 우동 과식"이라면서 "카가와현민은 우동과 함께 주먹밥이나 유부초밥을 섭취한다"고 보도했다. 즉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문제가 카가와현의 당뇨병을 낳았다는 것이다. 쿠리야마 당뇨병 전문의는 이에 대해 "국수나 밥, 빵 등 이중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짜게 먹는 식습관과 적은 운동량도 당뇨병에 영향을 끼쳤다. 히로사키 대학 의학과 시게유기 교수는 아오모리현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 1위인 데 대해 아오모리현 특유의 '짠 식습관'과 '적은 운동량'이 문제라고 밝혔다. 아오모리현은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문화이고 연중 눈이 쌓여있어 운동이 적은 것도 당뇨병 유병률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일본 정부, '국민병' 고치려 팔 걷어부쳤다

당뇨 인구가 계속 느는 데다가, 당뇨 환자로 인한 국가 전체의 의료비가 증가하자 당국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일본투석학회에 따르면, 1983년 5만 3017명이던 투석환자는 2016년 32만9609명까지 증가했다. 이중 약 40%가 당뇨병성 환자다. 인공 투석 관련 의료비는 1인당 한달에 약 40만엔(400만원)으로, 연간 1조 6000억엔에 달해 일본 총 의료비의 약 4%를 차지한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각 현은 당뇨병이 비만과 과식,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평소의 생활 습관에 기인하고, 또 사전에 당뇨병을 진단해야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 손을 쓸 수 있다며 '국민병 탈출'을 목표로 사업을 시행중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통해 국민병 극복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일본은 국가적, 민간적 차원 모두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 역시 일본과 그리 다른 상황이 아닌 데도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일본의 국민병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살펴보고 우리가 배울 것이 없을지 짚어본다.

☞[이재은의 그 나라, 일본 그리고 국민병 ②]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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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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