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23년 만에 돌아온 엄마..못 찾았나 안 찾았나

정시내 2019. 4.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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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23년 전 실종된 어머니가, 몸무게 33kg, 피골이 상접한 채 돌아왔다는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오랜 세월, 가족들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하며 찾아다녔다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그동안 어머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시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엄마 이름이 뭐에요?) "이름이 김옥선."

75살 김옥선 씨.

실종된 지 23년 만인 지난해 1월, 그토록 애타게 엄마를 찾았던 딸들에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해후의 기쁨도 잠시, 23년 만에 돌아온 엄마는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김옥선씨 작은 딸] "(체중이) 33kg 정도 됐었어요. 밥을 얼마나 못 드셨는지 저희를 보더니 우유 하나만 달라고. 엄마 보고 주저앉았어요. 그냥 거기 계셨으면 돌아가셨을 거 같아요."

김옥선 씨는 지난 1995년 2월 서울 보문동 어딘가에서 사라졌습니다.

당시 나이 51살.

딸들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엄마를 찾아다녔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김옥선씨 큰 딸] "저희랑 있었을 때는 멀쩡해서 나가셨거든요.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고 플래카드만 안 걸었지. 안 찾아본 데가 없어요."

결국, 지난 2006년 김씨는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고 사망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갑자기 서울시립 여성보호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옥선씨 큰 딸] "(여성보호센터에) 연락을 했더니 정신 병원에 있대요. 정신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지금 폐렴으로 위급해서 오늘내일 하니까 지금 빨리 오시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23년 동안 김씨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실종 한 달 뒤, 경찰이 김옥선 씨를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넘겼습니다.

얼마 뒤 서울시립 여성보호센터로 인계된 김 씨는 23년간 서울과 수도권 정신병원 3곳을 전전했습니다.

[김옥선씨 큰 딸] "남편도 있고 딸 이름도 얘기했고. (그런데도) 안 찾아주니까 '얘네들이 날 버렸나 보다' 이런 생각 하셨대요. 낙담하고."

당시 보호센터의 신상 기록 카드엔 김옥선이 아닌 가명이 적혀 있었지만, 남편과 두 자녀의 이름은 정확하게 기록됐습니다.

지문 조회만 했어도 가족을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경찰에 (지문) 의뢰를 했으나 이게 잘 확인이 안됐었나 봐요. 계속 (지문을) 찾아도 이게 안 찾아지니까 우리가 보호했던 거고요."

서울시립 여성보호센터도 "수차례 신원 확인과 연고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력의 한계로 빠르게 처리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지문은 실종 13년이 지난 2008년, 이미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서울시립 여성보호센터는 지난 2017년엔 기초연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김씨의 실종 선고 취소 소송까지 냈습니다.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던 걸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김옥선씨 작은 딸] "저희는 엄마 생사라도 알고 싶었거든요. 누가 엄마가 집을 나갔는데 누가 엄마가 보고 싶지 않겠어요. 등기 (우편) 하나에요. 등기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호 기록지에는 '집에 가고 싶어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린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내 이름 김옥선을 찾았다며 좋아한다'고 돼 있었지만, 가족을 찾아주려는 조치는 없었습니다.

[정신병원 관계자] "저희 병원 입장에서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이 병원은 김씨가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며 결박하거나 강력한 신경안정제 등을 반복 투약하면서 치료 명목으로 건보공단에 매달 약 130만 원씩 의료급여를 청구했습니다.

안 찾아 준 건지, 못 찾아 준 건지 딸들은 서울시와 보호센터 운영기관, 정신병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옥선씨 작은 딸] "실종돼서 이렇게 부모님을 애타게 찾는 분들 그런 분들이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MBC뉴스 정시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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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내 기자 (strea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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