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자녀들 중국어 배우는건 좋은데.. 사회주의 체제 주입은 싫다"

중국 베이징의 로컬 초등학교에 다니는 미국인 트레이 크로퍼드(왼쪽 두 번째)가 중국어 수업 시간에 과제로 만든 보드를 학생과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 中 거주 외국인들 ‘로컬 학교 딜레마’

국제학교 비싼 등록금 부담과

엄격한 주입식 반복학습 중시

‘중국인 학교 선택’ 급증 추세

마오쩌둥서 시진핑 사상까지

무방비 상태서 체제선전 교육

중국 중산층은 영어교육 열성

자녀들 태국 국제학교로 유학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들이 대개 영어 국제학교(인터내셔널 스쿨)의 비싼 등록금을 피하고 자녀에게 원어민 중국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지역 중국인학교(로컬 스쿨)를 선택하는 추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미래를 내다본 경제적 선택이 의외의 난관에 봉착하면서 부모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로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에 부딪히는 데다 교육 내용상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선전’에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좋은 점만 기대했는데… =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며 남편과 함께 교육기술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글로리아 크로퍼드는 장남 트레이를 로컬 학교에 보내 중국인 학생들과 같이 공부를 시키고 있다. 미국인 아빠와 대만 출신 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으로, 처음부터 중국인 학교에 다녀 중국어 구사가 원어민에 가깝다. 트레이는 “영어 선생님이 나에게 항상 영어로 된 중국 소설을 읽게 하는 ‘특권’을 준다”고 말했다. 크로퍼드가 트레이를 로컬 학교에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어와 중국 학교의 엄격한 교육 시스템 때문이었다. 중국 로컬 학교는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때 기계적 암기와 반복 학습을 중시한다. 이는 수학과 과학 등에도 적용된다. 크로퍼드는 “중국의 엄격한 교육 방식을 트레이가 체득하면 나중에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맞서 보다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크로퍼드가 트레이를 포함한 아이들 3명을 모두 중국 로컬 학교에 보낸 또 다른 이유는 학비 때문이다. 중국 국제학교의 학비는 전 세계에서 ‘악명’이 높을 정도로 비싸다. 싱가포르에 있는 ‘익스팻파인더(ExpatFinder.com)’가 지난해 전 세계 27개국 688개 국제학교의 학비를 조사한 결과, 중국 국제학교는 학비가 연 평균 3만3591달러(약 3900만 원)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3만2453달러), 벨기에(2만9613달러)가 뒤를 이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국제학교는 734개에 달하고, 매년 60개가 새로 생겨나는데도 학비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국제학교는 미국계, 영국계, 싱가포르계 등이 있다. 최고급 국제학교의 학비는 연 5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반면 외국인 입학을 허용하는 중국 로컬 학교의 평균 학비는 연 5만∼10만 위안(약 865만∼1732만 원)으로 가장 비싼 학비를 기준으로 해도 국제학교의 반값 정도다.

◇뜻하지 않은 복병 만나… = 로컬 학교가 이 같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최근 나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부터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과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까지 사회주의 체제 선전 교육을 무방비 상태에서 받아야 한다. 트레이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교육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집에서는 부모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민주주의 등에 대해 얘기한다. 트레이의 아버지 테리 크로퍼드는 “아이들이 로컬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토론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모국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두 딸을 하이뎬(海淀) 구에 있는 한 로컬 학교에 보내고 있는 미국인 베티는 “아이들이 중국 역사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미국 역사와 전 세계의 문화 등을 따로 가르친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외모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중국인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다. 한 외국인 학부모는 “로컬 학교 졸업식 때 모든 학생이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스카프를 선생님으로부터 받는데, 한 백인 미국인 학생만 받지 못했다. 선생님이 착한 학생들만 스카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이 학생은 자신이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그때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이 겹치면서 외국인 부모들 사이에서는 주재원 등으로 몇 년간 있다 귀국할 경우 가능하면 로컬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에서 완전히 정착할 경우 로컬 학교를 다닌 게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만, 짧은 기간 수학할 경우 정체성 문제 등의 부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자녀 영어 교육에 열성적인 중국 중산층 학부모들은 태국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원정 교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서 미용 사업을 하는 줄리아나 류 창은 4세와 5세 두 아이를 태국 북부 지역의 치앙마이에 있는 국제학교에 보냈다. 그는 “큰 애가 베이징 국제학교에 다닐 때는 1년 학비가 17만 위안(약 2950만 원)이 넘어 너무 부담이 컸는데, 마침 여동생이 치앙마이에서 간호사를 하게 돼 두 아이를 보냈다”며 “좋은 영어 교육을 받으면서 두 애의 학비는 합쳐서 10만 위안이면 된다”고 말했다. 인기가 오르면서 최근 치앙마이 국제학교 학생 수의 20% 정도가 중국 출신 아이들이라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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