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과 맞짱 뜬 적 있어도 靑과는..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박태훈 2019. 5.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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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토리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검경수사권 놓고 사실상 靑에 항명 / "민주주의 원리에 반해 동의하기 어렵다" 며 해외출장서 조기 귀국, 사퇴설도 / 검찰총장이 드러내놓고 靑의도에 반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 파장 불가피 / 노무현 시절 김종빈 검찰총장, 천정배 장관 수사지휘에 반발 사표 등 12명 중도퇴진
- 대통령 아들 수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따른 정치적 책임진 총장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8일부터 11박12일 일정을 해외출장을 떠난 문 총장은 지난 1일 대검 대변인을 통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장 '검찰총장의 반발' '검찰총장의 사실상 항명'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쏟아졌다. 2일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속앓이를 하면서도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반면 검찰개혁에 청와대,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부적절하다'고 문 총장을 비판했다.  
검찰총장이 청와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안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낸 적은 드문 일이다.
 
◆ 검찰총장은 4대 권력기관장 중 최고···장관급 대우 그 이상의 자리
 
흔히 검찰총장·국가정보원장·국세청장·경찰청장을 4대 권력기관장이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민주화 이후  가장 힘이 센 사람은 검찰총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검찰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직급도 대한민국 외청장 중 유일하게 장관급이다. 이런 까닭에 역대 정권마다 검찰총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골랐다. 검찰의 칼날에 따라 정국이 좌지우지됐기 때문이다. 
◆ 검찰총장의 힘은 기소권과 검사동일체 원칙...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손들어 봐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 중 핵심은 ‘기소권(기소독점권)’이다. 권력자도, 별 4개를 단 장군도 검사가 기소하면 꼼짝없이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반면 악당도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대부분 처벌을 피한다.  
 
검사는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검사 개개인은 헌법기관이지만 전국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몸처럼 움직인다, 즉 상명하복(上命下服)형태로 검찰권을 행사한다. 이에 따라 검사는 검찰총장→검사장으로 이어지는 지휘, 감독에 복종해야 한다. 검사가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제기 수준일 뿐이다.
 
따라서 전국 모든 검사의 일에 관여할 수 있고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총장 권한은 막강 그 자체다. 
 
◆ 검찰총장 견제장치는 대통령이 쫒아내거나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정도
 
검찰총장을 제어할 가장 강력한 장치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표를 받아내는 길이다. 2년 임기제여서 강제할 순 없지만 대통령이 마음 먹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현실적인 견제장치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사 개개인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대해 관여할 수 없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 감독권 행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 
장관의 수사지휘를 검찰총장에 국한토록 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차원에서다.  
 
◆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는 2005년 천정배가 사상 최초, 김종빈 총장 항명표시로 사표
 
법무부 장관이 구체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사상 처음 행사한 것은 2005년 10월 12일이었다. 당시 천정배(위 사진 오른쪽)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강정구 교수를 구속기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김종빈(왼쪽)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헌정사상 처음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 총장은 항명 표시로 사표를 던졌다. 김 총장은 10월 17일 퇴임식에서 "수사지휘권 행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구체적인 사건처리는 정치적인 시대상황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천 장관 등 정권 핵심부를 비판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 당시 김경한 법무장관이 임채진 총장에게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다. 
 
◆ 조기 귀국 문무일 사퇴 배수진...검찰총장 중도하자는 지금까지 12명, '개인 비리' '후배들 하극상'
 
문 검찰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조직 비대화, 검찰의 위축을 가져온다며 반대의 뜻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직후, 다시 한번 반대의사를 드러냈던 문 총장은 오는 9일 귀국 일정을 단축(에콰도르 방문 취소), 4일 서둘러 귀국키로 했다. 일전을 각오한 문 총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임기제(2년)가 1988년 도입된 이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한 검찰총장은 24대 김두희 검찰총장(1992년 12월 6일~1993년 3월 7일)을 시작으로 39대 채동욱 총장(2013년 4월4일~2013년 9월 30일)까지 모두 12명.
 
24대 김두희 총장처럼 법무장관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떠난 경우도 있고 25대 박종철 검찰총장(1993년 3월8일~1993년 9월13일)처럼 공직자재산등록 후폭풍 등 개인문제에 휘말려 검찰을 떠난 예도 있다.
 
38대 한상대 총장(2011년 8월 12일~2013년 11월30일)은 후배 검사들의 집단항명(하극상)에 옷을 벗고 말았다. 대통령 아들 수사(27대 김기수), 노무현 대통령 수사 부담(36대 임채진)에 따라 2년이 되기 전 검찰을 떠난 총장도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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