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한 韓웹툰, 미국서도 충분히 먹혀"

이민우 입력 2019. 5. 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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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컷용사' 등 토종 웹툰 해외서도 인기
작가는 작품에만 전념..번역·현지서비스는 플랫폼이 일임 분업
저작권 침해·불공정 계약 등 해결할 술제로 남아
고지라군 작가의 '4컷용사' 미국판(출처=레진코믹스 미국 홈페이지 캡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레진코믹스에서 '4컷용사'를 연재하고 있는 고지라군(필명) 작가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4년부터 6년째 연재하고 있는 장수웹툰이 최근 미국 진출에 성공해 할 일이 더 많아져서다. 레진코믹스 만화를 서비스하는 레진코믹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4컷용사는 미국 매출 기준으로 10위권이다. 레진코믹스 앱이 미국 독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컷용사 역시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고지라군 작가는 "미국 만화 시장은 마블이나 DC 기반의 히어로 만화 중심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굉장히 스펙트럼이 다양했다"며 "공감이 쉬운 드라마성이 풍부한 국내 작품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서 뜨는 토종 웹툰=건축 전공을 하고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고지라군 작가는 어릴적부터 간직한 '만화가'의 꿈을 찾아 뒤늦게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만화가라는 호칭보다 웹툰작가라는 호칭을 더 많이 듣는다. 과거 출판 만화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웹툰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단초다. 그는 "국내 출판만화 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일본 출판사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었다"며 "마침 웹툰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에 레진엔터테인먼트로부터 계약 제안이 들어와 디지털 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매주, 매월 등 일정 주기로 무료 연재되지만 남들보다 다음 회차를 먼저 보기 위해 결제를 하는 '미리보기 유료결제' 방식이 안착하면서 웹툰 시장은 출판 시장을 넘어 블루오션으로 안착했다. 작가들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웹툰의 특징이다. 그는 "출판 시장이라면 문하생으로 들어가 등단하기까지 전 과정이 매우 좁은 길에 속했다"며 "지금은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허들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2089편에 불과했던 웹툰 작품수는 지난달 9330편으로 네배 이상 늘었다.



웹툰은 해외 진출도 용이하다.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로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소속 회사가 영어번역이나 현지서비스 등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고지라군 작가는 "작가들은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집중하면 되는 환경"이라며 "웹툰을 제작하고 해외에 서비스하는 전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불법복제 등 해결할 숙제도=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웹툰 해외진출 성과조사 및 향후 진출방향 연구' (2018)에 따르면 국내 만화 수출 지역은 유럽 31.8%, 일본 28.2%, 동남아 19.6%, 북미 5.8%, 중국 4.1% 등 다변화하고 있다. 고지라군 작가는 "드라마 쪽에 강한 국내 웹툰은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통 코드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들을 타 미디어와 결합한 콘텐츠로 내놓으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웹툰 산업이 커가는 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디지털로 전환된 이후 불법복제 등 저작권 침해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이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00억원 규모였던 불법복제 피해액은 지난 3월 기준 2005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7개월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작가들의 수익도 양극화되고 있는 추세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웹툰 작가들의 연 평균 수익은 2억2000만원에 달한다. 1년 미만 웹툰 신인 작가 수익도 연평균 99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작은 회사에 소속된 작가들 중에는 연매출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와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사무국장은 "국내 웹툰 산업이 발전하려면 작가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불공정 계약 등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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