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싸Eat]한번 걸리면 30년 '악몽', 돼지열병 잔혹사

강기준 기자 2019. 5.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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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세계 사육량 절반 中서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빨라 韓도 비상..돼지고기값 올해 78% 폭등 전망도
/AFPBBNews=뉴스1

걸리면 약도 없고, 30년은 이 병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토착화가 되면 축산농가가 줄폐업하는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년 주기로 '금(金)겹살' 파동을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을 시작으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는 1100만마리 돼지를 지키기 위해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구제역보다 더 세다. 돼지 전부 사라질지도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시아 대륙 최초로 발병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도 발견되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ASF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발생했던 구제역보다 훨씬 강한 전염병입니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최대 50%에 달하는데 ASF는 급성인 경우 100%입니다. 게다가 구제역은 백신이 있지만, ASF는 백신조차 없습니다.

현재 ASF의 150여종 바이러스 유전자 중 과학계가 파악한 것은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광우병처럼 인체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가 더딘 것이 큰 난관으로 꼽힙니다.

2011년 한국은 구제역으로 35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3조원가량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는데, ASF가 발병하면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ASF는 가공육 등에서도 최대 300일까지 생존 가능해 여행갔다 무심코 사가지고 오는 하몽,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달 들어 이러한 육가공품 통관 단속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실수가 빚은 참극
아프리카에서만 존재하던 이 풍토병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인간의 실수 탓입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ASF는 진드기에 의해 야생 멧돼지가 감염되는 질환이었습니다. 다 자란 멧돼지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크게 위험한 병은 아니었습니다.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새끼 멧돼지에서만 피해를 줬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야생 멧돼지가 축산농가의 돼지들에게 ASF를 옮기기 시작했고, 사람이 키우던 돼지에겐 이 병이 치명적이라는 것이 1920년대 학계에 처음 보고됐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유럽에 퍼진 것은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1957년 앙골라에서 출항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한 선박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선원들이 ASF에 걸린 돼지로 요리를 해먹었고, 여기서 남은 음식이 가축 사료로 쓰이면서 전염병이 창궐했습니다. 3년 뒤인 1960년에는 스페인으로 확산했고,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까지 기승을 부렸습니다.

잠잠하던 ASF가 다시 유럽에 상륙한 건 2007년입니다. 이번에도 아프리카와의 교역 중 조지아로 전염됐고, 이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덮쳤습니다. 2014년에는 몰도바, 2017년에는 체코, 루마니아까지 확산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루마니아 등은 ASF가 토착화했습니다. 토착화가 됐다는 뜻은 ASF에 면역력이 있는 야생 멧돼지 등도 감염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토착화하면 이들이 몸에 지닌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또 창궐할지 알 수 없습니다.

30년간 사투, 뼈아픈 수입금지 타격

/사진=Flickr.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ASF 발병 30여년 후인 1995년이 돼서야 ASF를 근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80년대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ASF와 싸울 자금(4850만달러) 지원을 받은 덕이 컸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의 박멸 계획을 세우고, ASF를 진단하는 속도를 단축하는 연구에 착수, 빠른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정부가 막대한 보상금을 풀어 농장주들이 스스로 의심되는 사안은 즉각 신고하고, 당국의 검사를 통해 즉각 살처분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기간 스페인 양돈업계는 수천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베리코산 돼지, 하몽 등 특산품에 대한 해외 수출길이 모조리 막혔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등이 포함된 서유럽은 EU(유럽연합)에서 돼지고기 생산을 40%가량 넘게 차지하고 있는 핵심지역이기에 타격은 컸습니다. EU는 2016년 기준 전세계 돼지고기의 20%를 생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역시 ASF에 한번 뚫린다면 수년 이상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ASF 토착화하면 수년 주기로 돼지가 살처분되고, 돼지고기값이 폭등하는 사태를 겪을지도 모릅니다.

내년까지 돼지고기값 78% 폭등 전망도

중국에서의 ASF 발생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전세계 돼지의 절반가량을 키우고 있는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이기 때문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 1~2월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20만7000톤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이미 EU가 생산하는 돼지고기의 40%가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돼지고기가 귀해진 중국이 수입을 더 늘리면,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한국, 일본 등도 덩달아 가격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미 농무부는 전세계 돼지의 절반을 키우는 중국이 올해 돼지고기 수입을 40%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중국 내 올해 돼지고기 공급량이 30% 이상 줄고, 향후엔 돼지 2억마리까지 살처분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돼지수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2020년까지 돼지고기 가격이 78% 급등하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돼지고기값이 폭등하면 각종 물가도 줄줄이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로우스트림의 데이비드 말로니 부사장은 CNBC에 "베이컨 값이 2배 오르면 치즈버거 가격도 30~40센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미 지난 1일 기준 시카코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돼지고기 선물값은 3.4%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CNBC는 특히 거래량이 지난 3월초에 비해 60%나 증가했다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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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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