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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구 그 정신과에서는 무슨 일이

이하늬 기자 입력 2019. 05. 04. 17:58 수정 2019. 05. 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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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그 병원은 이상했다. 간호조무사 ㄱ씨는 2013년 10월 대구에 있는 한 유명 정신과에 취업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2차로 노래방을 갔다. ㄱ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현철 원장은 춤을 추다가 팔을 ㄱ씨 등 뒤로 둘러 ㄱ씨의 왼쪽 겨드랑이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ㄱ씨는 그 자리에서 김 원장이 다른 직원의 뺨을 만지는 것도 목격했다. 다른 직원은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 ㄱ씨는 “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 대해 잘 몰랐다”며 “술에 취해서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재판 중이다.

ㄱ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시 사건이 ‘실수’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다. 병원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김 원장이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원장은 ‘섹드립’이라고 했지만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고 말했다.

단체대화방에 성희롱 발언 일삼아

경향신문이 입수한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김 원장은 2017년 3월께 환자 중 한 명이 마사지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제가 가는 데(마사지숍) 말고는 다 핸드잡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핸드잡’은 손으로 하는 유사성행위를 의미한다. 앞서 2017년 2월에도 김 원장은 업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전립선 마사지 받고 싶다”는 말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러자 부원장 강모씨는 “그런 게 있나요?”라며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병원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한 ㄴ간호조무사는 “그 이야기를 단체대화방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본인은 의료 관련 이야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다른 단톡방에서는 한 직원의 사진을 올린 다음 “김○○쌤 플픽”(프로필 사진)이라며 “와 우야지? 김쌤 꼬시면 우야지?”라고 말하고 한 직원이 “넘어갈 것 같으셔용?”이라고 묻자 “사진만 보면 좀 ××”이라고 답한다. 이에 한 직원이 “ㅠㅠㅠ”라며 우는 듯한 표시를 하자 “아 농담인데”라고 말한다.

ㄱ씨와 ㄴ씨는 김 원장의 발언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해당 병원은 같은 노동조건의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월급을 지급했다. 간호조무사들은 300만원대, 일반 사무직 직원은 25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 12~16시간 일했다. 전직 직원들은 추가 노동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한 상태다.

나아가 환자와 일부 직원은 김 원장을 ‘신봉’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ㄴ씨는 “부원장은 늘 직원들에게 ‘원장님 행동에 토를 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부원장이 원장 성매매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였다가 병원 직원으로 채용된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 김 원장에게 더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환자 중 한 명이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고발하면서부터다. 김 원장은 지난해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온 30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업무상 위력 등에 대한 간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김 원장이 환자의 감정을 이용하고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봤다.

김현철 원장과 직원들이 나눈 단체대화방 화면. / 전직 직원 제공

직원들이 폭로를 결심한 이유

김 원장과 환자 ㄷ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보면 ㄷ씨가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자 김 원장은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번 만나면 시시하게 안 만나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만나면 전 먼저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싶습니다”라고 했다. ㄷ씨는 “김 원장에게 매우 의존적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8회에 걸쳐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11월 해당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환자가 36세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올해 4월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환자가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 ㄹ씨(24)는 2016년 공황발작으로 인한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김 원장을 찾았다. ㄹ씨에 따르면 김 원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료와 상관없는 “오늘 옷이 예쁘다. 클럽에 가느냐” “미인이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후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원장은 ㄹ씨에게 화장품과 시계 등을 선물했다.

김 원장이 ㄹ씨에게 병원 외부에서의 만남과 성관계를 요구한 건 올해 1월부터다.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지 2개월 만이다. 김 원장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ㄹ씨는 김 원장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서로 반말을 하고 있으며 김 원장이 호텔을 예약했다는 내용도 있다. 관계는 올해 3월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원장은 성희롱, 직원 성추행, 환자 성폭행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김 원장은 단체대화방에서 성희롱 발언이 일상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직원들이 야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혼자 고귀한 척하면 재미가 없을까봐 같이 맞장구를 쳐준 것”이라며 “언론에 제보된 것은 전체 대화 중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환자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환자 ㄷ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ㄷ씨가 위력을 사용해 김 원장을 제압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런 입장을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그 환자가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저는 무조건 환자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ㄹ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 역시 환자의 일방적인 스킨십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병원 앞에 자주 가는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ㄹ씨가 갑자기 들이닥쳐 제가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제게 키스를 했다”면서 “(환자에게) 완전히 능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도 부인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는 2018년 3월 김 원장을 학회에서 제명했다. 배우 유아인에 대해 ‘경조증’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과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 등이 이유다. 김 원장은 현재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한의사협회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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