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일빠'가 더 싫어요"

박가영 기자 2019. 5.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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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거세지는 일본풍에.."일본 문화 소비하는 한국인이 더 문제" 지적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풍(風)이 거세다. 옷장 속부터 식탁 위까지, 일본 문화가 한국인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일본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비의 자유'와 '도덕성'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2030 소비자 사이에선 역사적 아픔이 있는 만큼 일본풍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일본'에 잠식당한 한국?

외식 분야는 일본 문화 대중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다. 일본 음식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일본어로 된 상품, 식당 등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30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서울 홍대, 연남동, 강남 등 상권에서 일본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가정식, 라멘집 등 한 집 건너 한 집이 일본어 간판을 내걸고 있는 상태. 종각, 합정에는 일본식 목조 건물 전체에 이자카야가 들어선 곳도 있다.

송유진씨(가명·27)는 "주변 지인들의 추천을 받고 얼마 전 종각에 있는 일본 술집에 방문했다. 건물 전체에 일본어 간판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신기했다. 모츠나베와 사케를 먹고 나오면서 친구가 '여기 진짜 일본 아니야?'라고 물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재은 기자

디저트 시장도 '왜색'이 짙어지고 있다. 모찌(찹쌀떡), 산도(샌드위치) 등 일본식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이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많이 생겨났다. 편의점 업계도 '모찌롤', '타마고 산도' 등 일본식 명칭이 붙은 디저트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일본어는 인기 있는 해시태그다. 5일 SNS에서 '모찌'를 검색하면 38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산도'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1만여개에 달한다. 이 밖에도 △맛챠(말차·가루녹차) △코히(커피) △케키(케이크) △스테키(스테이크) △앙버터(팥버터빵·あんこ(앙꼬·팥)バター(버터)의 준말) 등도 자주 쓰인다.

국내 의류 시장은 '일본 브랜드 전성시대'다. 일본 기업인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유니클로는 진출 10년 만인 2015년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이후에도 매출은 △2016년 1조1822억원 △2017년 1조2376억원 △2018년 1조373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무인양품도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무인양품의 한국 매출액은 1378억원으로 2003년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아픈 역사가 있는데, 어떻게 일본을 좋아할 수 있죠?"

일본 문화 대중화 현상이 뚜렷해지자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에 식민지배 당한 아픈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 대한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누리꾼 A씨는 "포털 검색창에 '일본' '위안부'만 쳐봐도 안다. 검색 결과만 봐도 화가 나고 인상이 찌푸려지는 게 정상이다. 우리 조상들과 우리가 받은 상처를 알고서도 어떻게 일본을 좋아할 수 있는 걸까. 일본 정부와 일본 문화는 별개라고들 하는데, 왜 한국인이 나서서 일본을 변호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B씨도 "소비하는 사람이 많으니 유행하는 것"이라며 "원래 문화가 일상에 스며드는 게 제일 무섭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을 때도 '문화 통치'를 하지 않았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문화 자체보다 이를 소비하는 이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식'을 선호하는 이들을 '일빠(일본 극성팬)' '친일파' '매국노'라고 지칭하며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생적인 친일부역자를 뜻하는 '토착왜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직장인 정모씨(28)는 "일본도 싫지만 '일빠'가 더 싫다. 매국노, 토착왜구라는 말도 너무 약하다. 이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본 음식, 일본 브랜드는 물론 일본인 연예인도 불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누리꾼 C씨는 "일본 연예인을 소비하는 것도 식민지 잔재 청산을 막는 '잠재적 공범'이다. 이스라엘에서 인기 있는 독일 연예인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라. 바로 답 나오는 문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강모씨(30)는 "일본 여행가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100년된 우동집, 300년된 초밥집 등이 나온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그런 곳을 가서 '우와' 하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일본 아니었음 우리나라도 100년, 500년 가뿐히 넘는 주막집, 국밥집 전국에 널렸을 건데…"라고 말을 흐렸다.

반면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권모씨(27)는 "일본 음식, 일본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같은 값이라도 일본 제품의 품질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전범기업 제품만 아니면 일본 브랜드를 소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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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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