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위상 높아진 BTS..홍보대사로 뽑은 서울시 '즐거운 비명'

박대로 입력 2019. 5.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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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7년 9월 BTS 홍보대사로 위촉
위촉 후 국제적위상·인기 급속히 높아져
BTS, 각계 제안에도 서울시와 의리 지켜
【서울=뉴시스】 서울시, 인도네시아 현지서 방탄소년단 활용 관광마케팅. 2018.08.30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방탄소년단(BTS)의 인기와 국제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BTS는 최근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2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가요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런 BTS의 선전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서울시다. BTS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관광 홍보대사로 위촉했던 서울시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BTS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BTS와 서울시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당시 서울시는 위축된 서울 관광업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이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보복이 한창이던 때라 서울시로서는 돌파구가 절실했다.

서울시는 2016년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김우빈 등 유명배우를 섭외해 서울의 매력을 소개하는 광고를 찍었지만 예상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한령을 앞세운 중국의 서슬에 백약이 무효였다.

이 와중에 대안으로 떠오른 게 BTS였다. 서울시는 2017년 3월 관광홍보 대행사인 HS애드로부터 'BTS를 섭외해 국제홍보를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대행사는 '전도유망하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서울시를 설득했다. 대행사는 2016년 미국에서 열린 BTS 콘서트를 근거로 제시했다. 미 음악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관광분야는 물론 마케팅 분야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대행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때마침 BTS는 2017년 5월 한국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서울시는 같은 달 BTS와 서울관광 명예 홍보대사 계약(1년)을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BTS가 우리한테서 초상권 부분 정도만 받았다. 다른 쪽에 비하면 얼토당토 않을 정도로 적게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후 BTS는 서울시 관광 홍보의 전면에 나섰다.

BTS가 출연한 광고 'BTS's Seoul Life'가 방송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세계 100여개국에 방영됐다. 내친 김에 BTS는 서울에 관한 노래까지 불렀다. 이들이 부른 노래 'WITH SEOUL' 가사에는 '나는 이 도시 위에서 너를 느낄 수 있어, I SEOUL U 너와 나 사이의 서울' 등 서울을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뮤직비디오는 남산, 청계천, 서울로 7017, 여의도한강공원 등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를 소개했다. 이후 촬영한 다양한 주제의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서울시는 각종 국제행사에서도 BTS를 앞세웠다. 서울시는 BTS 실물 크기 등신대를 세우고 사진촬영장소를 설치해 현지인의 시선을 끌었다.

【서울=뉴시스】 서울시 방탄소년단 광고. 2018.10.21. (사진=뉴시스DB)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한국관광상품 판촉전(Korea Travel Fair 2018)을 비롯해 같은해 9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18 말레이시아 국제관광박람회(MATTA Fair 2018)', 11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영국 세계 관광박람회(World Travel Market, WTM) 2018 등에서 BTS가 첨병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BTS는 서울시에 별도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시내 곳곳 관광안내소 앞에 등신대를 세우거나 시티투어 버스에 대형사진을 부착할 때도 BTS는 사용료 등을 받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시티투어 버스 맵핑과 등신대도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며 "(BTS는) 명동 등에 등신대 등을 설치해 관광객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게 해줬다. 공공에서 활용한다고 하면 흔쾌히 오케이 해 줬다"고 설명했다.

BTS는 계약사항에 있는 것만 소화한 것도 아니었다. RM 등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누리소통망(인스타그램 등) 계정에 서울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한강을 걷거나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는 장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관람하는 장면 등을 누리소통망에 올려 서울시 홍보에 기여했다.

BTS의 활약 속에 서울시는 관광 업황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방탄소년단의 인지도 상승은 외국인관광객수와 소비재수출액 제고 효과가 있다. 이를 산업연관분석에 적용하면 약 4조14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조42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국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7.6%,소비재수출액의 1.7% 수준이며, 생산·부가가치유발액은 한국 중견기업의 평균 매출의 약 9∼2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 연구원은 BTS의 인지도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3개월 이후 외국인관광객수 증가율은 0.45%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데뷔연도인 2013년 이후 BTS 인지도 상승과 외국인관광객 수 증가 효과를 계산하면 BTS가 연평균 약 79만명을 끌어온다는 것이다.

서울시 역시 이 연구 결과에 동의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70~80%가 서울을 거쳐 가는 만큼 BTS로 인한 관광 활성화 효과 중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누리고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시는 BTS 효과를 발판 삼아 올해 역대 최다 외래 관광객 기록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BTS에 고마워하는 부분은 관광 활성화 효과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BTS의 의리에 감동 받기도 했다.

그간 BTS는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와중에 다양한 단체로부터 홍보대사직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BTS는 서울시와의 관계를 생각해 중앙정부 부처나 타 시·도와는 홍보대사 계약을 맺지 않았다. 타 시·도는 물론 더 상위의 기관에서도 제안이 왔지만 BTS가 서울시 입장을 고려해 완곡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는 BTS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1년 단위 계약인 만큼 올 여름이 지나면 재계약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추문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경계령이 떨어졌지만 서울시는 BTS에게 높은 수준의 신뢰를 보내며 재계약 의지를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항상 (BTS) 영상이나 인터뷰를 보는데 이제 성공을 했으니 자만하는 게 아니라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해 하더라. 자만이나 오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며 "멤버들이 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독이는 부분이 있어서 앞으로도 사건 사고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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