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문재인 규탄 국토대장정'.. 양날의 검 되나 [이슈+]

이창훈 2019. 5. 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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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지지층·공고해진 리더십/ 멀어지는 중도 통합·국회 파행의 주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유일한 대항마? 아니면 철 지난 독재 타령인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지정안건) 정국을 거치면서 ‘반 문재인 정권’ 투사가 되고 있다.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문재인 규탄 국토대장정’에 나서는 황 대표는 최장 한 달 동안 지방을 훑으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 실정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정치 데뷔한 지 반년도 안 된 황 대표가 ‘투사(鬪士)’로 변신하면서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 지지층 결집과 리더십 강화에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중도층 공략과 원내 복귀라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경부선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구없는 대여투쟁…환호하는 지지층·공고해진 리더십
 
“여러분, 이 정부의 폭정을 막아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좌파독재 치하에 살게 되는데 죽음 각오하고 지키지 못하면 우리 아들딸이 독재 정권 밑에 살게 되는데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 우리가 힘을 모아서 이 좌파독재 막아내야 합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한다’ 집회에선 황 대표는 ‘독재’를 17차례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황 대표가 ‘좌파독재’를 외칠 때마다 박수 치며 환호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토요일마다 이어진 광화문 집회에는 2∼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광장의 열기는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에서도 관측됐다. 한국당은 6일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3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 대표 취임 후 최고기록으로 지난달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보여준 한국당 대 여야 4당의 대립 구도는 현 정부에 반감을 가진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들었다. 
 
황 대표가 선명한 메시지로 대여투쟁에 앞장서면서 당내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대외 투쟁 상대로 설정하면서 친박과 비박으로 갈렸던 당내 계파 갈등은 자연스럽게 실종됐다. 외부의 적 앞에서 단결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연일 문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당내에서는 성균관대·경기고·청와대 출신을 고리로 주요 인선을 단행해 ‘내 사람’ 심기를 마쳤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멀어지는 중도 통합·국회 파행의 주범…30% 박스권에 갇히나
 
일각에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의 출구 없는 대여투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정당별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으로 한정했을 때 민주당 지지율은 33.7%에서 41.4%로 7.7%포인트 증가했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32.7%에서 30.6%로 2.1%포인트 하락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헌법수호·독재타도’ 구호가 중도층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하자 이에 반발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 두드러졌다. 40.2%의 지지율을 기록한 민주당은 2월 셋째 주(40.4%) 이후 10주 만에 40%대에 올라섰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정치학과)는 “한국당의 ‘헌법수호·독재타도’라는 구호는 민주화 운동 때나 쓰던 것이다. 민주화 시대에서는 설득력이 있지 않다”며 “중도층에 ‘반개혁 세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씌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40%대 당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한국당이 선거를 앞두고 돌아올 집토끼보다는 산토끼인 중도층을 우선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등이 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를 하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4월 국회가 마비된 상황에서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5월 국회마저 공전 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권의 거짓투성이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민의 길을 걷겠다. 이번 주에도 그 길에서 여러분을 만나겠다”고 선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뒤늦게 연락이 왔지만 실질적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며 “민생 현장을 방문하면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얻은 보수 세력의 결집을 장외투쟁으로 이어가는 만큼 당분간은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도 좋지만 원내에서는 출구전략 정도는 세워놓고 나서야 장외투쟁 피로감에서 이어지는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여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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