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직 76명중 팀장급 없어" vs LG "법정서 밝히자"
SK이노 "모두 과장 이하, 핵심인력 아냐"
LG화학 "논쟁 멈추고 페어플레이하자"
재판 쟁점은 핵심기술 유출 여부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공방이 한층 더 격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분리막 특허권과 관련한 양사의 소송전은 코팅 기술에 제한돼 있었던 데다, 당시 본격적으로 배터리 사업 확대에 전념하는 상황인 만큼 두 회사 모두 관련 소송을 취하하는데 합의하고 소송전을 종결한 바 있다. 이번 공방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LG화학을 바짝 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쌓아온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SK이노베이션이 부당한 방법으로 침해해왔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소장에서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 걸쳐 76명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식으로 기술을 빼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사안을 자사의 ‘인력 빼돌리기’가 아니라, 낮은 처우와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LG화학의 기업문화가 문제라고 봤다.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의 전 직원 평균 연봉은 8800만원,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전체 직원의 4.4%인 661명(2017년 기준)이 이직할 정도로, 타사로의 이직은 LG화학의 일상적인 문제였다”면서 “업계 1위인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2년간 76명이 옮겼는데 반대로 이직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느냐”며 반문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에서 이직해 온 인원을 보면 모두 과장이나 대리급으로 팀장급 이상의 핵심 인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직자들에게 기술유출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이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2차전지 양산 기술, 핵심 공정과 관련된 영업비밀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이직하기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하는 방식으로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면접 때 사전 고지로 영업기밀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하도록 요청했다”며 “자사와 LG화학의 2차전지 기술이 다르고, SK이노베이션 내부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채용 후보자들이 제출한 경력 증빙서류는 모두 파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보유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전 직원 모두 개인별 1년 단위 비밀보안유지각서를 체결할 뿐 아니라 연구직이나 팀장급 이상일 경우 좀더 강하게 기술 보완 유지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프린트 기록물의 경우 누가 출력했는지, 평소보다 많은 양일 경우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만큼 외부 유출이 어렵다. LG 같은 대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의 머릿속에 기억돼 있거나 핵심기술 접근 제한이 회사마다 다를 수 있어 섣불리 결론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핵심 기술이 유출된 더 확실한 증거를 쥐고 있다며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 다만 소송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자료가 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보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자. SK이노베이션 주장대로 이번 소송은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이상 신경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표1>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제소 쟁점
구분/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인력유출/ 2년간 핵심인력 76명 빼갔다/ 공개채용에 자발적으로 지원
채용과정/ 입사 시 핵심기술 등 제출요구/ 일반적 방식, 자료 모두 파기
기술유출/ 이직자들이 핵심기술 관련 문서 다운로드. 추가 증거 재판에서 제출할 것/ 배터리 개발 및 생산 기술 달라 LG화학 기술 불필요. 전 직장 정보 활용금지 서약 받음
<표2>LG화학-SK이노베이션 인력유출 소송 관련 일지
2017년 10월/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인력 채용 관련 협조 요청의 건’ 공문 1차 발송
2017년 12월/ LG화학, 대전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직원 5명 대상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2019년 1월/ 대법원 최종 승소 확정(2년 전진금지)
2019년 4월/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인력 채용 관련 협조 용청의 건’ 공문 2차 발송
2019년 4월30일/ LG화학, 미국 ITC 및 델라웨어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2019년 4월30일/ SK이노베이션, LG화학 제소에 “국익훼손 우려 및 정상적 채용방식으로 정당한 기업활동”이라며 입장자료 발표
2019년 5월2일/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입장자료에 추가 반박 자료 내놓음
2019년 5월3일/ SK이노베이션, LG화학에 추가 재반박 자료 발표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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