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앵커의 눈] 세월호 사찰 수사기록 단독 입수.."기무사, 유가족은 '종북 세력' 규정"

강나루,노윤정 2019. 5. 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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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국방부가 기무사를 조사하면서 '세월호 180일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기무사 문건을 발견했습니다.

이 문건엔 당시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전방위로 사찰한 내용이 기록돼있어 큰 파문이 일었었죠.

그 뒤 이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고, 검찰은 지난달,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KBS가 단독 입수한 기무사의 사찰 행적이 담긴 군 수사단의 수사기록.

강나루, 노윤정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4년 4월 21일, 세월호 참사 엿새째.

생존자 확인과 시신 수습에 정신없던 그 때, 기무사가 보고서 하나를 작성합니다.

'방첩활동 계획서', 간첩 활동을 막겠다는 계획섭니다.

'종북 좌파'들이 유가족에게 접근해 반정부 활동을 조장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팽목항 등 진도 지역에 기무부대원 21명, 안산지역에 2명을 투입하는 등 구체적인 사찰 계획을 세웁니다.

기무사는 유가족의 '종북화'를 막겠다며 '세월호 TF'에 아예 '불순세력 관리팀'까지 만듭니다.

한 달 뒤인 5월 29일에 만들어진 보고서.

'종북세', 즉 종북세력이란 소제목 밑에 '세월호 피해자 대책위'가 포함돼있습니다.

참사 한 달여 만에 세월호 유가족이 종북세력으로 규정된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무부대원은, 당시 '종북세'라는 제목이 아예 위에서 내려왔다고 털어놨습니다.

[보고서 작성 기무부 대원/음성변조 : "장군이셨던 분들도 회의할 때마다 굉장히 질책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이나 질책이 강하다 보니까..."]

또 다른 보고서에서 기무사는 종북세력의 총공세에 맞서 안보단체를 이용해 종북 이슈를 이슈화하고, 청와대 중요보고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천정배/민주평화당 의원 : "청와대와 기무사 등 권력의 핵심에서 이미 종북 프레임으로 이(세월호) 문제를 해결해가기로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들딸을 잃고 극도의 고통을 겪던 세월호 유가족.

기무사는 그런 유가족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지속적으로 여론 조작을 해왔습니다.

그런 지시를 누가 왜 내렸는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꿰맞춘 결론…“공단 노동자라 반정부적”

세월호 참사 다음날, 단원고에서 처음 촛불을 밝혔습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었습니다.

이런 바람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조옥련/경기도 안산시민/2014년 4월 : "정말 가만있지 못할 거 같아요. 진짜 빨리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촛불이 켜진 지 사흘 뒤, 기무사가 사찰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집회가 '반정부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적었습니다.

근거는 단 하나.

MLB파크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집회에 가봤더니 정치 어젠다 집회더라'는 글이 올라왔단 겁니다.

이를 토대로 기무사는 군 장병, 군인 가족은 참여하지 못하게 정신 교육해야 한다고 보고합니다.

이후에는 반정부 움직임을 경계한다면서, 세월호 유가족의 이념 성향 관련 보고가 집중됩니다.

단원고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단 노동자라는 이유로 반정부 성향이고, 보상금을 주면 해결이 기대된다고 보고하는가 하면, 유가족 대표에 대해서는 학원을 운영하는 등 평범한 직업이라면서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성향이 사회 비판적이라고 규정했고, 정의당 당원이란 허위 사실까지 보고됩니다.

[장훈/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옛날 말로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파악이 된다는 거잖아요. 이건 되게 무서운 거죠.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고..."]

결국, 촛불집회가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대응방안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향군을 중심으로 가칭 범보수 연합을 만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한문과 서울광장 등 집회 장소를 선점해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강나루 기자 (naru@kbs.co.kr)

노윤정 기자 (watchdo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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