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문재인 정권 심판 11개월 남았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2019. 5. 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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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원로 초청 간담회 마지막 기대마저 걷어 차.. 이제 문 정권 심판 도리밖에
패스트트랙 사태는 반격 계기, 내년 총선 지면 한국당 없어져.. 모든 反文세력 총집결해야
김대중 고문

기가 막혔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한 말은 문 정권에 대한 마지막 남은 한 가닥 기대조차 가차 없이 발로 차버렸다. “국정 농단이나 사법 농단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하게 반(反)헌법적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타협하기 쉽지 않다.” 자기들이 국정 농단이니 사법 농단이니 레테르를 붙여 2년간 실컷 두들겨 패면서 갖고 놀다가 이제 와서 ‘사실이라면’이라니 그게 변호사 출신의 어법인가, 아니면 염치를 몰라서인가?

또 '살아 움직이는 수사'라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에 죽어 있던 것을 자기들이 도마에 올려놓고는 '나는 아닌데 쟤들 때문에' 식이라니 어이가 없다. "진보·보수의 낡은 프레임을 없애겠다"고 했다. 진보·보수의 개념은 이 지구상에 광의의 정치가 존재해온 이래 있어온 프레임이다. 스스로 진보의 기수임을 자처해온 그들이 왜 갑자기 초연한 척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종북 좌파라는 말이 더 이상 위협적이 아닌 세상'을 말했는데 그동안 종북 좌파란 말을 쓰면서 좌우를 살폈는데 이제 안심하고 써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 하나는 건졌다. 그럼 문 대통령은 종북 좌파인가 아닌가 물어도 되나?

결론은 이제 문 대통령에게 더 이상 조언이나 충고나 비판은 효과도 없고 의미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원로들을 부른 것은 더 이상 다른 말이 안 나오도록 못 박기 위한 것이다. 이제 전선(戰線)은 그어졌다. 문 정권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노하고 있는 국민은 문 정권을 심판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가 애용하는 '헌법적' 방법으로 말이다. 정확히 11개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0년 총선거 마당에서다.

국민이 정권을 바꾸려면 그것을 수행하는 도구는 야당이라는 정치 통로를 통해서다. 무늬만 야당이 아니라 집권당을 견제하고 대체하려는 대안 세력을 말한다. 지난주 국회의 패스트트랙 난동 사태는 그런 의미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위를 높여줬고 이 나라에 대안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농성, 삭발, 전국 순회 정치 등 방법론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있지만 "너 한번 당해볼래?"라고 깡패 같은 막말을 일삼는 독선과 오만에 맞서는 효율적인 길은 논리보다 육탄일 경우도 있다. 오히려 국민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또 당내 단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전원이 삭발하는 극단적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보수·우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권 불신임이다. 내년 총선거 결과는 곧바로 2022년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집권 20년'을 몰아붙일 것이니만큼 한국당도 죽기 살기로 임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한국당은 없어진다. 모처럼 당이 제대로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만하며 또다시 친박·반박·비박 싸움이 되살아나면 국민은 가차 없이 한국당을 버릴 것이다. 먼저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내 여러 정파와 만나서 토론하고 교감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모든 반문(反文) 세력을 망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무성 의원 등 이른바 탄핵 찬성파도 자중할 것은 자중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파도 머뭇거리며 계산하지 말고 한국당에 합류해야 한다. 모두들 다음 국회의 한 임기는 쉰다고 선언하고 모여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박근혜' 문제다. 친박이 '박근혜 신당'을 만들거나 당 화합에 조건을 달고 나오면 문 정권 견제는 물 건너간다. 문 정권이 한국당을 교란할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다. 어쩌면 박근혜 문제가 총선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하고도 위험한 변수가 될 것이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국당은 물론 보수 우파 지지층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수세에 몰렸던 이들에게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귀족 정당 한국당’은 이제 비로소 노숙 체질을 익히기 시작했다. 원로들을 불러놓고 적폐 강의를 하고 타협할 여지가 없음을 천명하며 야당과 반대층 국민의 면전에 찬물을 끼얹은 문 대통령에게 이제 반문 세력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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