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게 내놔도 인수자 없고 대안도 없다, 퇴로 잃은 소상공인 '이중고'

손재호 기자 2019. 5. 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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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서 24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얼마 전 종업원 수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안정자금,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 교수는 "상당수 소상공인이 빚을 내 자영업에 뛰어드는 만큼 영세 자영업자들에 한해 세금 혜택 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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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식 운영

서울 강북구에서 24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얼마 전 종업원 수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손님은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재료비, 최저임금 등은 매년 가파르게 올라 사람을 내보내지 않고는 못 버틴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씨는 “장사 접는 것을 한두 번 생각한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대책도 없고, 가게가 나간다는 보장도 없어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상공인 3명 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 휴업 또는 폐업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게를 내놔도 매수자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높은 상가임대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을 ‘퇴로도 없고, 폐업 후 대책도 없는’ 이중고에 빠뜨렸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19~26일 종사자 5인 미만 500개사를 상대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3.6%가 최근 1년간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개인사업자이거나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이같이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폐업을 고민하지만 계속 영업을 하는 이유로는 ‘매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63.1%)이 가장 많았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79.4%가 가게를 넘기지 못해 폐업도 못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에 임대료·권리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장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의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의 평균 공실률은 각각 5.3%, 11.3%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포인트, 0.9% 포인트 상승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던 서울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상권도 역시 최근 두 자릿수 공실률로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운 좋게’ 폐업을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소상공인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폐업 이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36.3%였고, ‘업종만 바꿔 창업을 하겠다’는 이들도 17.3%나 됐다. 반면 ‘노후 생활이 준비됐다’는 응답은 18.0%에 그쳤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3~2017년 개인사업자 신규 창업 대비 평균 폐업 비율은 75.92%다. 이처럼 폐업 비율이 높은데도 폐업 후에 다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임금 근로자로 취업하고 싶어도 경력, 나이 제한 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년간 자영업에 종사한 이들이 일반 기업에 취직해 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안정자금,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 교수는 “상당수 소상공인이 빚을 내 자영업에 뛰어드는 만큼 영세 자영업자들에 한해 세금 혜택 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으로는 ‘자금지원 확대 및 세금부담 완화’라는 응답이 51.8%에 달했다.

정부가 단기처방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장기간 모니터링을 통해 폐업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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