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입니다, 돈 넣으세요"..7억원 당한 60대 극단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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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이상 피해도 잇따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전년 피해액(2431억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34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1억원 이상이 고액 피해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에선 6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4억9000만원을 뺏기는 일이 벌어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여성에게 허위 결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수법으로 접근했다. 이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예금을 보호해 주겠다"며 통장 비밀 번호 등을 알아낸 뒤 돈을 빼갔다고 한다.
같은 달 중순엔 경기도 안산에서 40대 남성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6억2000만원을 뺏겼다. "대포통장에 명의가 도용됐으니 범죄 연관성을 확인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방문하면 통장에 들어있던 돈을 맡기라"는 요구를 받고 그대로 실행했다가 거액을 뜯겼다. 지난 3월엔 성남에 사는 50대 여성이 검찰 등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7억3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보이스피싱 수법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5883건(피해 금액 707억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이나 신용등급 상향 등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대출 사기형'이 5076건(86%, 피해금 50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자금 이체를 유도하는 '기관사칭형'도 807건(피해 금액 201억원)이나 됐다. 피해 방법으론 계좌 이체로 인한 송금 방식(92.6%)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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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이니 관련 앱 설치하라"…악성코드 심어
특히 최근에는 대출 진행이나 수사절차 등을 빌미로 악성코드를 심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하는 신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가 결제됐다'는 허위 물품 대금 문자 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낸 뒤 물품을 산 적이 없는 피해자들이 항의 전화를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이는 방법이다. 이후 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를 해 '수사절차'라며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게 한다. 이 앱을 설치하면 경찰이나 검찰 등 실제 기관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사기범에게 착신이 전환돼 확인 전화가 불가능해진다.
A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사업자금, 노후자금 등으로 평생을 모아놓은 돈을 한 번에 잃은 것이라 상실감이 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각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총리실 등 산하에 대응팀을 만들어 범정부적으로 강력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수사당국에선 절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는 무조건 끊고 앱 설치나 인터넷 주소(URL) 접속 등을 유도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절대 누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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