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화 긴급진단②] 누가 이익을 보는가

채성오 기자 2019. 5. 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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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긴급토론회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코드(ICD) 코드 도입을 위한 제11차 개정안에 게임을 장애로 규정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이달말로 예정된 총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이용 장애가 새 질병코드로 등록된다.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낙인 찍혀 마약·도박과 함께 정신의학과 보건의료의 치료 대상이 되는 것.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을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의 놀이는 정신의학의 임상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에 기인한다는 이유에서다. 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시도를 중단하고 문화적 가치의 의미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문화→정신의학→보건의료”

2000년대 들어 국내 게임규제는 크게 세 가지 변화의 단계로 구분된다. 청소년 보호론을 명목으로 한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것으로 게임 이용을 원천차단하는 법이다.

해당 제도는 2011년 5월19일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조항으로 같은 해 11월20일부터 시행됐다. 여성가족부는 계도기간을 거쳐 이듬해부터 단속을 본격화했고 2014년 4월 위헌 확인 청구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받았다.

당시 문화당국에서 청소년 보호론을 내세우며 최소한의 게임시간을 규제한다고 강조했고 일부 보수적 학부모들이 이를 옹호하기에 이른다. 셧다운제는 게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의 시발점이자 문화적 담론에서 접근한 규제로 기록됐다.

/사진=픽사베이
2013년 4월30일 신의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게임을 정신의학적으로 본 첫 번째 규제였다. 당시 신 전 의원은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알코올, 게임, 도박, 마약을 4대 중독물질로 지칭하며 해당 물품의 생산·유통·판매를 통합 관리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킨 조치로 당시 게임업계를 비롯해 문화·사회단체 및 소비자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독법 처리 과정에서 무리하게 시도한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법안은 계류 상태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올 들어 WHO의 게임 질병코드 분류가 새로운 규제정책으로 떠올랐다. 셧다운제나 중독법이 문화적 담론이나 정신의학계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질병코드화는 보건의료 영역에 속한다.

이 교수는 “10년새 게임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WHO의 질병코드 분류까지 더하면 문화적 담론, 정신의학계, 보건의료 영역까지 관리의 대상으로 분류하는 영역이 확장된 상태다. 이는 게임이 갖고 있는 놀이 문화로의 관점부터 산업·미학적 요소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우려했다.

◆돈되는 게임중독? 의학계 권력화 우려

국내 정신의학자들이 게임중독과 관련해 발표하는 임상사례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다. 게임중독을 기정 사실화한 후 육체·정신적으로 얼마나 좋지 않은지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권위있는 해외 정신의학자나 뇌 과학자들은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긍정적 효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뇌 과학자 다프네 바벨리에 교수의 사례를 언급하며 게임이 주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다프네 바벨리에 교수는 과도한 게임이용에 대해서는 경계하면서도 비디오게임이 신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액션·슈팅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동일 시력을 가진 사람 중 게임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시력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게임에서 미세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주고 희미한 상태에서 물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

비디오게임을 자주하면 주의력 결핍장애를 일으킨다는 통념도 잘못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액션게임을 자주하는 이용자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뇌 주요 기능이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주의력 방향을 조절하는 대뇌피질, 주의력을 유지하는 전두엽, 주의를 기울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을 관장하는 전측대상회 등이다. 이는 게임몰입이 대뇌피질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국내 정신의학계 주장과 다르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정신의학계와 보건의료 분야에서 게임을 집중 관리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그 배경에 정신의학계의 권력화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의학계에서 중독 문제를 다루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2012년 전까지 게임중독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해당 시기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주도한 ‘중독포럼’이 결성되면서 관련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신의학계에서 중독을 임상적으로 다루는 몇몇 사람들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뿐 교육·문화·사회적 논쟁을 거친 논의로 볼 수 없다. 게임중독법 발의 당시 문제가 됐던 것도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논의 없이 몇몇 전공의의 권위와 임상결과 문제로만 환원해 정신의학계의 권력만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 발제문에서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게임중독법 발의 당시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해당 법이 정신의학계의 비즈니스 차원에서 추진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해당 메일에는 “현재 발전의 여지없이 난관에 부딪쳐 있는 지역사회 중독 관리사업이 중독관리센터 설립을 통해 변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중독의학회 입장에서는 반드시 입법화를 이뤄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적혀 있다. 특정 학회가 게임을 중독 범주에 포함시켜 사업영역을 보장받으려 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전 의원도 중독의학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게임은 가장 진화된 문화이자 매체이지만 그간 한국의 게임 단론과 정책은 산업육성론과 규제론으로 존재했다”며 “게임 문화에 대한 장기적 연구와 사회문화적 담론 확산을 통해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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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오 기자 cso8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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