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권위의 '그룹홈 종사자 차별 금지' 권고를 환영하며

김형태(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입력 2019.05.08. 04:21 수정 2019.05.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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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포용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다.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아동수당, 돌봄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되며 '사회 복지'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복지는 삶의 질 향상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우리나라의 현 사회복지가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CBS노컷뉴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우리 사회복지의 실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통해 정책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칼럼을 연재한다.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형태 교수
  "가난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불공평해서 화가 난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 담고 있는 의미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옆 사람이 나보다 보수를 더 많이 받으면 내가 받는 보수가 적지 않다 하더라도 불공평하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나고 일하기가 싫어진다. 

불공평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인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1948~ )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차별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먼저 두 마리의 원숭이를 서로가 볼 수 있는 투명한 우리에 각각 가둔다. 우리 속에는 조약돌이 있는데 원숭이가 조약돌을 실험자에게 건네주면 보상으로 오이를 받게 된다. 

우리 속에 있는 원숭이들은 조약돌을 실험자에게 건네주고 오이를 받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한쪽 우리에 있는 원숭이에게 오이 대신 포도를 보상으로 주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옆 칸의 원숭이는 자기도 조약돌을 건네주면 포도를 보상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자기 손에는 보상으로 포도가 아니라 오이가 주어지자 이를 확인하고는 바로 실험자를 향해 오이를 던져버린다. 나는 왜 포도를 안 주냐는 것이다. 

계속해서 한 원숭이에게는 오이가 주어지고 또 다른 원숭이에게는 포도가 주어지자 오이를 받는 원숭이는 절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마구 흔들어 댄다.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프란스 드 발의 연구가 밝혀낸 것은 단순하면서 명확한 결론이었다.

 "분노는 욕심이나 가난 때문이 아니라 차별 때문에 일어난다."

  여기에서 국가의 제도와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가 만들고 시행하는 법과 제도는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평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는 특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차별이 있으면 예산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불만이 생기고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위원회는 아동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 대해 아동양육시설 종사자와의 임금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을 시정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하였다. 

공동생활가정이란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5명 내외의 아동을 사회복지사가 함께 살며 보호하고 양육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일반적으로 '그룹홈'이라 불리며 일반 주택가의 독립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시설이라기보다는 일반가정에 가깝다. 

'고아원'으로 많이 알려진 아동양육시설은 최소 수십 명의 아동을 한 시설에서 보호하는데 비해, 공동생활가정은 적은 인원의 아동이 일반주택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보다 가정에 가깝고 바람직한 보호환경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해 공동생활가정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권고에 따라 정부는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왔다.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정부지원이 처음 이루어지던 2005년에 154개소였던 공동생활가정은 2017년에 533개소가 되어 거의 3.5배가 늘어났고, 보호아동 수는 2008년에 1,664명에서 2017년에 2,811명이 되어 약 1.7배 늘어났다. 

정부가 지원하는 인건비와 운영비에 대한 예산 역시 늘어났는데, 정부지원이 처음 이루어진 2005년에 154개 공동생활가정에 대해 4억2천4백만 원을 지원하였던 것에서 2016년에는 448개 공동생활가정에 대해 123억 8백만 원을 지원하였다. 정부지원 금액만을 보면 12년 동안 약 29배가 증가하였다.

  전체 아동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수도 줄어드는 가운데 공동생활가정의 수와 보호아동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동생활가정의 아동보호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아동보호의 원칙들을 제시해 왔는데,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표적인 아동관련 협약인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인지하여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아동의 권리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제적인 협약으로 2009년에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아동 대안양육에 대한 지침」 결의안이 있다. 

여기에서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에 대한 대안양육의 지침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아동의 가정 외 보호는 가능한 일시적이어야 하고, 최소한의 기간에 한해야 한다고 하면서, 주거지를 제공하는 시설은 반드시 작아야 하며, 가능한 가정에 가깝고 소규모 집단보호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아동보호의 기준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아동보호체계는 가정위탁이다. 그러나 입양과 함께 가정위탁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다음 대안이 공동생활가정인데, 공동생활가정은 법적으로는 시설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가정에 가깝다. 5명 내외의 소수의 아동을 일반 주택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양육하므로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이다.

  그러나 공동생활가정의 종사자들은 정부지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 2019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양육시설 종사자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공동생활가정과 양육시설은 둘 모두 아동복지시설이고, 보호하는 아동과 업무내용도 동일하며,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자격요건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생활가정 종사자들은 양육시설 종사자들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생활시설)'에 따라 받는 호봉제 적용을 받지 못하고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주는 인건비를 받고 있다. 

양육시설 종사자들에게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수준을 공무원 보수의 95%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무원 보수인상율과 같이 매년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임금체계와 유사한 호봉제 임금체계로 원장 등 7개 직위별 31호봉으로 구성되어 있어 호봉에 따른 인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매년 정해주는 공동생활가정 종사자 인건비는 호봉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설장과 피고용자 간의 구별도 없어 1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10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모두가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공동생활가정의 보육사 표주현 사회복지사는 2016년 기준 월평균 기본급이 약 152만원으로 6년 10개월이라는 그분의 재직기간을 고려했을 때 양육시설이라면 6호봉 기본급으로 약237만원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는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의 급여가 양육시설 종사자에 비해 약 64%에 불과한 것으로 심각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아동양육시설 종사자와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게 다른 임금기준을 적용하여 인건비 차이를 발생하도록 한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가이드라인(생활시설)'을 「아동복지법」 제5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게도 적용하여 아동양육시설 종사자와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하였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와 양육시설 종사자 간의 임금격차가 해소된다 해도 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등 여러 복지시설의 종사자 간 처우에 대한 균형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 전체에 대한 검토를 통해 단일임금제 도입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간 격차의 해소와 함께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 및 처우 수준 역시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이다. 

공동생활가정에는 평균적으로 3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데 24시간 아동을 케어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당 최대 근무시간인 52시간을 넘게 근무해야 한다.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법적 문제 뿐 아니라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수당 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사회복지시설은 국가의 역할을 민간에게 위임한 것으로 국가가 해야 할일을 민간이 대신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책임의 영역이다.

 따라서 민간 사회복지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적절한 근무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 ~ 2013)는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취약한 계층의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가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방식이 드러나게 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사회의 정신을 말해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차별적 대우를 받으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내 가족처럼 돌봐온 공동생활가정 종사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글 싣는 순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릴레이 칼럼
① 절망적 아동복지예산
② 포용국가와 사회복지
③ 사회복지사 임금과 전문성
④ 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⑤ 노동절 특집, 인권 문제 단상
⑥ 노인 빈곤율과 저출산 문제

[김형태(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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