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식량지원 지지" 靑 발표내용, 백악관엔 없다

정효식 2019. 5. 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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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등 참모 "무기자금으로 구매해야"
문 대통령에 "북 궤도 이탈 방지" 맡겼지만,
비건 9~10일 방한, 협상 복귀 조건 달 듯
김정은, 인도 지원 꼬리표 수용할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제공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지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는 청와대 발표 내용이 백악관 발표문에서 빠졌다. 청와대는 앞서 고민정 대변인 명의로 두 정상의 35분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지지했다"고 밝혔다. 시간상 1시간 뒤 낸 성명에서 백악관은 대북 식량 지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저드 디어 부대변인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DPRK) 관련 최근 동향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짧은 논평만 냈다. "두 정상은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지지했다"는 식량 부분은 통째로 뺀 것이다. 중앙일보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식량 지원 관련 발언 내용과 미 정부의 입장을 물었지만, 성명 외에 별도의 언급은 거절했다.

이처럼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식량 지원 발언을 발표에서 뺀 것을 두고 참모들과 온도차가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문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난 솔직히 말해 인도적 지원은 동의한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5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50%가 심각한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했다"며 "핵무기만 사라지면 엄청난 이익이 있겠지만, 보유하는 한 계속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은 허용된다. 다시 말해 제재도 북한에 식료품 구매는 허용한다"며 "토요일 발사를 보면서 그 돈을 자신의 주민을 돌보는 데 쓸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매우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핵·미사일 개발에 돈을 쓸 생각 말고 주민을 위한 식량 구매에 쓰라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9~10일 방한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북 식량 지원에 비핵화 협상 복귀 등의 조건을 달 수 있다"고 전했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재건→신형 전술유도 무기 시험→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협상을 거부한 채 도발 수위만 높이는 북한에 무조건 지원을 할 수는 없다는 정부 관리들의 생각이 깔렸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미국은 과거 인도적 지원 선적을 북한의 긴장 완화와 대화 복귀의 유인책으로 사용해왔다"며 "미국 관리들은 최근 수년 새 이런 접근에 점점 회의적으로 바뀌었고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구매하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인도적 원조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설득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도 기존 유엔 결의안도 허용하는 인도적 식량 지원에 협상 복귀란 꼬리표를 달 경우 수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니 타운 스팀슨 센터 연구원(38노스 편집장)은 "김 위원장은 비정치적 인도적 지원을 비핵화 협상 복귀나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자신에 약속한 종전선언 이행과 제재 완화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조건으로, 문 대통령에게는 개성·금강산관광 재개 약속부터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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