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하라는 '베이비붐 세대'.. 욜로 하겠다는 '밀레니얼 세대'

남정훈 2019. 5. 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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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 '베이비붐 세대'-자녀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대비되는 소비-재테크 패턴은?
서울에 거주중인 회사원 이모(29)씨는 최근 부모님과 작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3월로 입사 만 3년이 된 이씨는 그간 모은 돈으로 평소 갖고 싶어 했던 외제차를 사겠다는 뜻을 부모님께 전달한 것. 이씨는 “부모님은 내게 ‘당장 차가 급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부모님 차를 쓰면 되지 않냐. 그보단 내 집 장만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게 먼저 아니냐’고 하시더라. 하지만 나는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고, 갖고 싶은 차를 사는 게 우선’이라고 말씀드렸다. 실랑이 끝에 외제차를 구입했다. 통장 잔고는 텅 비었지만, 주말에 새 차를 타고 드라이브할 때마다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는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와 ‘밀레니얼 세대’인 자식 간의 소비 패턴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두 세대는 성장 배경이 확연히 다른만큼 소비패턴이나 소비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다. 한국 사회에는 출생시기에 따라 다양한 세대 분류가 있지만,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금융소비의 행태가 바뀌는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꼽힌다.
 
6·25 전쟁 이후인 1955~1964년 출생자들을 의미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의 경제성장 역군으로 활약하며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음에도 성장과정에서의 극도의 가난과 IMF 경제 위기 등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을 온몸으로 경험한 만큼 소비대신 저축을 중시한다. 실제로 1970년대부터 20년간 평균 금리는 연 23.1%였으며, 1980년대에는 14%, 19990년대에도 10%의 고금리를 유지했다. 1976년부터 94년까지 판매됐던 재형저축 상품은 저축액의 15% 이내 세액공제는 물론 정부에서 저축액의 최고 34.5%까지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적금을 통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도 해 저축이 가장 촉망받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안정 위주의 재테크 패턴을 보여 베이비붐 세대는 보유자산 중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1980~2002년 출생자들을 지칭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들의 근면성실함 덕에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성을 보이며 ‘워라밸’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나를 위한 소비’ ‘맞춤형 소비’ 등의 가치소비와 관련된 단어로 대변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을 위해 소액 대출을 받는 것을 서슴지 않고, 낮은 금리로 인해 저축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이 많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10대 때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쳤음에도 장기화된 불황으로 혹독한 취업난을 겪은 밀레니얼 새대는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가는 여행)’ 등 ‘나홀로 소비’도 이들의 특징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사이에 위치한 X세대는 두 세대의 중간자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스타일도 세대별로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해 12월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2019 트렌드 픽’ 자료에 따르면 세 세대 모두 ‘가격절충형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대별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 부문은 ‘최애템 사수형’ 소비다. 밀레니얼 세대는 26.6%가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은 무조건 구매한다고 답한 반면 X세대는 21.6%, 베이비붐 세대는 17.8%로 큰 차이를 보인다. 명품 소비에 있어서도 20대 중 10명 중 8명은 명품 소비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중한 회사원 조모(28·여)씨는 “지난해 말 ‘워너원’의 해체 직전 콘서트 모든 회차를 직관하기 위해 암표까지 포함해 200만원을 넘게 썼다”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업계에서도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모든 계좌나 카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핀테크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돈 관리 플랫폼인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계좌나 카드 등의 자산을 한 번만 연동하면 간단하게 돈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0세대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서비스의 70% 이상이 20·30대일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다.
 
전통 금융권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방탄소년단(KB국민은행), 블랙핑크(우리은행) 등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어필하고 있다.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는 한 금융사에 충성도를 보이기보다 금리 등의 혜택에 따라 여러 금융기관을 옮겨 다니는 ‘파이낸셜 노마드’ 현상이 짙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제 1금융권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고금리를 제공하는 전용 상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업체 등 새로운 금융기관에 대해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제 1금융권으로선 이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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