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어린이집 저출산에 만성적자.. 문도 못닫아"
○ 사재로 적자 메우는 농어촌 어린이집
농어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상당수가 이처럼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지만 폐원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폐원 시 모든 재산이 국가로 귀속돼서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1392개(2017년 기준)에 이른다. 10곳 중 7곳이 농어촌(53%)과 지방 소도시(20%)에 있다. 1990년대 정부가 건축비용 일부와 인건비 지원을 약속하며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설립을 적극 장려한 데 따른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에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원장과 교사 월급은 정부가 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다. 학부모에게 추가 보육료도 걷지 못한다. 오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각종 지원금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하지만 2000년대 저출산으로 농어촌 아이들이 급감하면서 운영난이 시작됐다. 정부가 90%를 지원하던 교사 인건비는 2005년 이후 30∼80%로 줄었다. 나머지 인건비와 운영비는 원아 수만큼 지급하는 보육료(1명당 22만∼45만 원)로 충당해야 하는데 원아 수가 크게 줄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졌다.
고 원장은 2017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두 명 중 한 명을 그만두게 했다. 지난해에는 적자를 메우려고 만기가 2년 남은 화재보험을 해약했다. 그는 정부가 원장 인건비를 지원하는 상향 연령(70세)을 넘어 3년째 월급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저출산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손실을 설립자인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퇴로’ 열어줘야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전남 나주시의 세지어린이집은 지난해 3월 휴원했다. 휴원 직전 원아는 7명이었다. 이 법인의 김광근 대표이사는 “원아가 최소 12명은 돼야 유지가 가능하다”며 “어린이집 원장인 아내 월급을 다시 운영비로 쓰면서 버텼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연합회에 따르면 원아 10명 이하인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32곳, 원아가 11∼20명인 어린이집은 142곳이다. 이 어린이집 대부분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퇴로’가 없는 상태다.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다른 복지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리모델링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회복지사업법에선 법인 해산 시 남은 재산을 설립자가 처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법이 개정돼 법인 해산 시 남은 법인 재산은 모두 국가로 귀속된다. 자신이 사는 집까지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한 일부 원장은 법인을 해산하면 집에서조차 나와야 할 처지다.
올해 3월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원 시 설립자가 어린이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법 개정에 소극적이다. 김종필 행복나눔보육행정연구소장은 “저출산으로 아동 수가 급감해 도저히 운영할 수가 없는데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선=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아이돌픽♥] 강다니엘 vs 박지훈, 당신의 선택은?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대통령 "北 이런 행위 거듭된다면 대화 마지막"
- "북한, 하노이 회담 불만 갖고 있는 듯"
- "박근혜·MB, 재판 확정 이전 사면 말하긴 어렵다"
- "이재용 만남이 친재벌?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 "독재? 촛불정부에 색깔론 더해 좌파독재로 규정"
- 또 다시 단거리 미사일 도발 강행한 北..靑 '당혹'
- 방한 2일째 비건 美 국무부 특별 대표 행보는 '오리무중'
- 靑 "트럼프 방한 관련 강효상 주장 사실과 달라..책임져야"
- 전국 9개 지역 버스 총파업 가결..15일 '버스대란' 현실화되나?
- 국민과 점점 멀어져가는 文대통령,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