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경제성장만큼 임금 올랐다? 보수학계의 데이터 혼용 오류"

입력 2019.05.10. 10:56 수정 2019.05.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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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학계,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반박
"총 취업자·5인이상 사업장 통계 혼용
생산성 비해 임금 덜 오른 것 맞다"
그래픽_김지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근거가 된 ‘임금 없는 성장’을 두고 “오류”라고 하는 보수학계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반론이 진보학계에서 제기됐다. 최근 보수언론이 보수학계의 주장을 보도하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한 근거가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주상영·전수민 건국대 교수는 1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주최한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생산성, 임금, 노동소득분배율: 통계 해석 논란에 대한 견해’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노동자 임금은 정체됐다는 ‘임금 없는 성장’ 담론이 잘못된 통계 해석에서 출발했다는 보수학계의 비판을 재비판했다. ‘임금 없는 성장’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참모들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

지난 1일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논문에서 실질 임금 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낮다는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2013~2014년 논문은 해석상 오류에서 출발했다면서, 이를 바로잡으면 취업자 1인당 지디피 증가율과 임금 상승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박 기획관이 명목 임금은 소비자물가지수로, 명목 지디피는 모든 생산물을 포괄하는 물가지수인 ‘지디피 디플레이터’로 각각 실질화했는데, 2005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디피 디플레이터보다 더 빨리 상승했기 때문에 실질 임금 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지디피 증가율을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2000~2017년 명목 임금 상승률(연평균 4.5%)과 취업자 1인당 명목 지디피 증가율(연평균 4.6%)은 유사하다며 경제 성장만큼 임금도 올랐다고 했다. 보수언론은 박 기획관의 논문이 이후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집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 홍장표 위원장이 발표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클러스터’가 이어지며 소득주도성장론으로 발전한 점을 내세워, 소득주도성장의 이론 토대가 붕괴된 것처럼 부각했다.

그러나 주상영 교수는 “박 교수와 박 기획관은 미시 데이터인 임금과, 거시 데이터인 취업자 1인당 지디피를 혼용해 비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박 교수가 지적한 소비자물가지수와 지디피 디플레이터는 핵심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취업자 1인당 지디피는 임금근로자,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를 모두 합한 총취업자가 대상인 반면, 임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가 대상이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근로자, 비상용 근로자, 비임금근로자가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는 전체 51%에 불과하다”며 “비임금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의 생산성과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 근로자의 임금을 비교하는 것은 오류”라고 밝혔다.

주 교수는 외환위기 뒤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덜 오르며 노동소득분배율(취업자의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의 비율)이 가파르게 떨어졌다면서, 임금과 가계소득의 증가 필요성을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그가 제시한 1975~2017년 노동소득분배율(요소비용 국민소득 기준) 추이를 보면, 노동소득을 임금근로자의 피용자 보수와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를 합산해 파악한 경우 1975년 88.5%에서 외환위기 이전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이후 급격히 떨어져 2017년 73.4%로 나타났다. 노동소득을 피용자 보수와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중 노동 대가(통상 영업잉여의 3분의 2로 간주)만 합산한 경우에도 1975년 77.5%에서 외환위기 이후 뚝 떨어져 2017년 70.3%로 하락했다. 주 교수는 “명목 기준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임금은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올라갔으나, 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자영 노동자 등의 임금은 크게 뒤처졌고, 상용근로자의 임금도 소비자물가로 실질화하면 구매력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교수는 <한겨레>의 답변 요청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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