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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기술 세계 최고..한우 빨리 키워 비용 20만원 절감

이유섭 입력 2019. 05. 10. 17:27 수정 2019. 05.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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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료값'으로 축산농가와 공생 김영수 농협사료 대표

◆ 국가대표 농식품기업 / 前 농촌진흥청장 민승규가 간다 ◆

김영수 농협사료 대표가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강원공장 내 보관창고에서 무게가 25㎏인 사료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김재훈 기자]
로베르트 호스터 박사는 세계 최고의 농축산업 대학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선임 양돈(돼지 생산) 이코노미스트다. 양돈 연구 경력만 25년이 넘는 그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과의 공동 프로젝트에도 여러 번 참여해 한국 양돈 산업 전문가로도 꼽힌다. 축산업 관련 최고 국가, 최고 대학, 최고 연구자인 데다 한국 사정에도 밝다 보니 그의 말에 딴죽을 걸기란 쉽지 않다. 호스터 박사는 "특히 한국 공무원들은 회의 때마다 '예스'와 '오케이'만 반복해 회의 시간이 짧고 편할 수밖에 없다"고 사석에서 말하기도 했다.

그런 호스터 박사를 혼쭐낸 인물이 있다. 2017년 양돈 교육 관련 프로젝트 협의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김영수 농협사료 사장(당시 농협중앙회 상무)이 주인공이다. 당시 호스터 박사는 평소보다 2~3배 길어진 회의 내내 진땀을 빼야 했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김영수 사장이 호스터 박사팀 제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참석자에 따르면 호스터 박사는 "한국과의 회의가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김영수 사장은 지금까지 내가 본 한국의 농축산업 관계자 중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글로벌 수준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김 사장이 작년 초 부임하면서 농협사료 임직원들은 김 사장 눈높이에 맞추려 1년 내내 진땀을 빼야 했다. 그 결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명목하에 진행된 사료값 인하에도 불구하고, 농협사료는 지난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맨 게 아닌, 신제품 개발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대한 투자까지 병행하며 이룬 성과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농협사료는 '착한 사료 가격'을 유지해 축산 농가에 실익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수요를 창출해 공장 가동률도 높이고 있다"며 "그 원동력은 김 사장이 이끈 조직 변화와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축산업 발전에 있어선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료 이야기'를 듣고자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농협사료 강원공장에서 김영수 사장을 만났다.

―농협사료가 만들어진 계기는.

▷1962년 해외 순방을 다녀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축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느끼고 농협중앙회에 "영양 수준을 고루 갖춘 배합사료 생산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당시 박 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삼성도 축산업에 뛰어든다). 농협중앙회가 창립한 지 불과 1년이 지난 시점이다. 부산에 비료배합소를 가지고 있던 농협은 1년 만에 완전배합사료공장을 처음 가동했고, 이후 시장 점유율을 1970년대 0.8%에서 현재 17.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공장 수도 해외 포함 13개까지 늘렸다. 2002년 공장이 8개가 됐을 때 농협 자회사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220만t이었던 연간 사료 판매량은 지난해 346만t까지 확대됐다.

―왜 한국의 사료시장은 배합사료가 중심이 돼야 하나.

▷우리나라는 소와 돼지에게 먹일 만한 단미사료(옥수수·대맥·소맥 같은 곡물 및 대두박, 소맥피, 팜박 등 부원료)가 부족하다. 매년 1700만t 이상의 곡물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 중 약 70%가 사료용 원료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단미사료에 보조사료를 혼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배합사료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배합사료 기술만 놓고 보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혼합사료(TMR·Total Mixed Ration)와 배합사료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 원료인 단미사료를 특정 비율에 맞춰 섞은 게 배합사료고, 배합사료에 조사료(건초)를 섞으면 TMR가 된다. 소의 경우 밥(배합사료)과 반찬(조사료)을 따로 먹을 수도 있고, 비빔밥(TMR)으로 같이 먹을 수도 있다. 여기에 배합사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필수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게 미네랄·비타민이고, 가축이 더 빨리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첨가하는 게 바이오라고 보면 된다. 농협사료 국내 공장은 배합사료 10개, TMR 1개, 미네랄·바이오 공장 2개로 구분된다.

―시장에서 농협사료의 기능은.

▷우리나라 사료시장은 크게 한국사료협회·한국단미사료협회 회원사인 민간 사료회사와 농협계통 사료로 나뉜다. 농협사료의 주요 시장 기능 중 하나가 가격 견제다. 농협사료의 존재 이유는 수익창출이 아니라 농가발전이기 때문에 가격 원칙을 '인하는 제일 먼저, 인상은 제일 늦게'로 한다. 농협사료가 가격을 올리고 내리면, 다른 민간업체도 보름에서 한 달 이내에 따라온다. 우리가 2009년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조사료 공장을 인수한 이유도 국내 조사료 수입업체의 가격 횡포가 심했기 때문이다. 해외 조사료 공장은 내년에 2개 정도 더 인수할 계획이다. 우리가 부산과 군산에 미네랄 공장과 바이오 공장을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원가절감과 균일한 품질유지가 가능해졌으며,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시장개척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배합사료 가격할인 영향이다. 2013년 말 ㎏당 10원 인하를 시작으로 4차례 인하와 7회에 걸친 할인 등 올해 3월 말까지 가격할인정책을 유지했다. 농가소득 증대를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 차원이었다. 5년간 농가소득에 직접 기여한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한다. 4월에 인상할 때도 그동안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12.2% 올려야 했지만 인상폭도 4%로 최소화했다. 앞서 밝혔듯 농협사료의 가장 큰 목적은 돈 버는 게 아니다. 우리에겐 오히려 혁신기회로 작용했다. 민간 배합사료 기업 중에는 적자를 본 곳도 있지만, 우리는 당기순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흑자를 유지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업계 최저수준의 제조원가와 경쟁사보다 2~3배 낮은 수준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용이다. 우선 원료구매 제도를 개선해 보다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구입단가를 내렸다. 또 주요 설비의 최적화 및 최대 부하시간 집중관리로 에너지비용을 절감했다. 수급 및 재고상황을 고려한 항구 운용으로 원재료 수입항 비용도 아꼈다. 그 밖에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고 관리인원을 제조현장에 배치해 인건비를 절감했다. 이를 통한 작년 한 해 원가절감액만 100억원에 달했다.

―그 와중에 한우와 낙농사료 신제품을 5년 만에 출시했다.

▷신제품 한우사료를 먹이면 출하기간을 약 2개월 앞당겨 생산비를 출하 마리당 20만원 절감할 수 있고, 낙농사료는 젖소 50마리 기준 연 2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6월 초에는 양돈과 양계사료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농협사료가 만드는 사료 종류는 230여 가지에 달한다.

―사료가격을 내리는 와중에 품질관리를 어떻게 했나.

▷지난해 농협사료를 쓰는 농가가 축산품질 관련 경진대회인 전국한우경진대회·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모두 대통령상을 받았다. 사상 최초로 이룬 쾌거다. 축산업계에서는 그랜드슬램 달성이라 부른다. 연구개발(R&D) 기능 강화, 서비스 전문화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헌신 덕분이다.

―가격을 안 올렸어도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각종 가축을 키우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이를 활용해 컨설팅의 정확도를 높여야한다. 이를 위해 농협사료 내 3명으로 이뤄진 '4차 산업 대응팀'을 꾸렸고, 필요에 따라 전문가 채용 등 조직을 확대할 것이다. 사람이 입력을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자동 생산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모바일 주문을 시작으로 한 모바일 기반 구축도 향후 5년 계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축산벤처회사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농협사료는 제조회사에서 디지털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다. 내부 혁신도 진행 중이다. 먼저 스마트팩토리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차적인 목적은 공장 내 데이터를 수집해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료 생산 시 압력, 습도, 온도 등 제조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배합비율 못지않은 최적의 제조품질도 나올 수 있다. 최종 목표는 향후 10년간 스마트공장 중심의 공장과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현재 10여 개 농협사료 공장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으며, 공장마다 25만t에서 55만t 사이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연간 100만t가량 생산하는 5개 정도의 스마트공장으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그 밖에 축산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냄새 저감형 사료도 개발하고 있다.

―사료사업은 어떤 의미인가.

▷사료회사란 단순히 사료를 생산·판매하는 게 아닌, 사료를 중심으로 유통·경영컨설팅·시설 그리고 자본까지 지원하는 종합 서비스회사가 돼야 한다. 사료가 아닌 가치를 파는 것이다. 반드시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 사료 포대를 보다 손쉽게 열 수 있도록 한 '이지오픈'과 사료 자동급이시설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농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소규모 축산농가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약 25㎏이나 나가는 포대를 간편하게 운송하는 시스템 도입도 포함된다.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진짜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소·돼지 등 가축이 원하는 걸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당연히 원가는 더 절감되고 생산성은 향상될 것이다.

▶▶ 김영수 대표는...

△1959년 대전 출생 △경동고 △성균관대 낙농학과 △1986년 축협중앙회 입사 △2010년 농협사료 경주공장장 △2011년 농협사료 기획본부장 △2012년 축산지원단장 △2013년 축산경영부장 △2016년 농협중앙회 상무 △2018년 농협사료 대표

[횡성(강원) = 민승규 교수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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