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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함 부족했다"..반성문 쓴 학현학파

김연주 입력 2019.05.10. 17:48 수정 2019.05.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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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회경제硏 심포지엄
"기술혁신·개발경쟁 없이는
소득주도성장 성공 어려워"
"文정부 2년간 노동정책 치중
최저임금 인상속도 고민해야"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1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정부 2년, 경제정책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생산론이 부족하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적 이론가인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수요 증대를 통해 성장을 이룬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는 기업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공급 측면의 성장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이한 날 현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학현학파' 학자들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0일 개최한 '문재인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다.

학현학파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분배경제학을 가르쳤던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개혁적 경제학자들 모임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이 변형윤 교수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주성'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이날 장세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에게 뜨거운 가슴은 있었지만 냉철한 머리로 뒷받침했나를 반성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1부 토론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주상영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주요 정책'이라는 논문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가들의 사활을 건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 경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관료적 규제의 철폐' 등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이 제시됐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협소하게 인식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상승'으로만 보는 현 정부의 편협한 시각도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받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실행돼 왔는지 묻고 싶다"며 "실제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각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데 이날 모인 학자들은 공감대를 이뤘다. 하 교수는 "정말 빚이 아니라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 작동하려면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경직성과 장벽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 높은 소득은 높은 생산성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높은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의 역동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종합적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최적 속도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도 "사실 지난 2년 동안의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에만 치중한 인상을 주고 있으므로,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고 중도개혁 지향의 일반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소득주도성장'보다 이를 개선하고 뒷받침할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이날 준비된 세션 여섯 개 중 세 개가 혁신성장에 대한 것이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처방으로서 혁신성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하는 일치고 오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기존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 혁신활동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집단으로 자원이 배치되고 지속적으로 흘러가 이들의 혁신활동을 고양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혁신이 시장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본부에서 드러나듯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집중적으로 시행하면 혁신이 된다는 발상이 보인다"고 비판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성장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의 투자 활성화 등 경제정책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진보학자들 질책도 이어졌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문 대통령 대담을 보았는데 공정경제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며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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