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이 아닙니다, 극단적 아동학대입니다

2019. 5. 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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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제목의 기사는 41살 엄마가 10살 난 아들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고, 두번째는 해외 투자에 실패한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두 딸이 집 안에서 번개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숨진 채 발견된 비극이었습니다.

우리가 '일가족 극단적 선택', '동반자살'이란 뉴스 헤드라인 너머의 아동학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 많은 아이들이 귀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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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2016년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을 추모하는 영정을 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생활고에 일가족 극단적 선택… ○명 사망” “‘○○ 일가족 사망’ 투자 실패 비관해 동반자살 추정”

첫번째 제목의 기사는 41살 엄마가 10살 난 아들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고, 두번째는 해외 투자에 실패한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두 딸이 집 안에서 번개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숨진 채 발견된 비극이었습니다.

이따금 보게 되는 ‘일가족 극단적 선택’, ‘동반자살’이라는 뉴스 제목에서 혹시 자신이 원치 않는 죽음을 피하려 발버둥치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 본 적 있으신가요?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발생한 ‘광주 의붓딸 살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문제를 취재하기 전까지 말이죠.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 24시팀의 선담은입니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라고 노래하는 ‘가정의 달’에 부모와 미성년 자녀의 ‘동반자살’을 얘기하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2019년 봄호에 실린 논문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은 2016년 우리나라 만 0~18살 아동변사 사례 341명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전수조사해보니,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숫자가 정부 공식 통계(36명)보다 최소 2.3배에서 최대 4.1배 더 많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왜 정부 통계와 연구팀의 결과에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을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의 어린이들은 사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게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모 손에 의해 ‘살해’를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로 간주합니다. 같은 이유로 국제아동인권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 미성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동반자살’ 등의 표현 사용을 중단할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죄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례를 연구한 논문 ‘우리나라 가족 내 자녀 살인을 동반한 자살사건 분석’(이상현, 2008)을 보면, 유서에 드러난 부모들의 심리를 알 수 있습니다. 2006년 13살·14살 남매에게 청산가리를 먹이고 극단적 선택을 한 38살 아버지는 “세 식구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줄로 묶고 갑니다. 같이 있게 해주세요”라며 자식에 대한 강한 동질감을 드러냅니다. 같은 해 5살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27살 엄마는 “아들 ○○이가 고생할 거 생각하면 내가 못 견뎌. 그래서 데려가”라며 자신이 죽고 난 뒤 세상에 혼자 남을 자녀가 걱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태도는 과연 맞는 걸까요? 2016년도 아동변사 부검 결과를 전수조사한 김희송 국과수 법심리과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사 댓글을 보면 일부에서 ‘너는 부모 입장 이해 안 되냐. 오죽하면 (부모가) 애를 죽이겠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부모가 살인과 똑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고 아동학대에 무지한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생명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깨야 합니다.”

우리가 ‘일가족 극단적 선택’, ‘동반자살’이란 뉴스 헤드라인 너머의 아동학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 많은 아이들이 귀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너무 늦게 알게 돼 미안합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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