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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지방자치] 반지하서 버섯 재배..인천 구도심 빈집의 변신

입력 2019.05.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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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이디어에서 출발..LH 협약 맺고 빈집 39채 확보
주민·농부들이 직접 재배..빈집 리모델링 전문가 양성도
주택가 곳곳에 방치된 빈집들 (CG) [연합뉴스TV 제공]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1980년대 미추홀구(옛 남구)는 인천의 중심 시가지였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을 끼고 있어 지역 상권이 빠르게 성장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남구는 당시 인천 내 6개 구 가운데 2번째로 인구가 많은 구이기도 했다.

특히 인천대 캠퍼스가 있던 제물포역과 인근 주안역 일대는 부평과 함께 인천의 핵심 상권으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1988년 당시 남구 일부가 남동구로 분구되고, 1994년에도 구 일부가 연수구로 분리되면서 상황은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연수구와 서구 등지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남·중·동구로 대변되던 중심 시가지가 '구도심'으로 물러났다. 자연스레 인구 유출 현상도 빚어졌다.

제물포 상권의 한 축을 이루던 인천대와 인천전문대가 하나로 합쳐지고 캠퍼스를 송도로 이전한 것도 큰 타격이었다.

상권이 쇠퇴하며 활력을 잃은 남구 주택가는 점차 비어가기 시작해, 지난해 7월 미추홀구로 명칭이 바뀐 뒤에도 여전히 침체한 상태다.

빈집 활용 계획 [인천시 미추홀구 제공]

미추홀에 있는 빈집은 2014년 333곳, 2015년 402곳, 2016년 544곳으로 꾸준히 늘다가 2017년에는 1천197곳으로 급증했다.

인천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인천 내 빈집 수는 동구(32%)에 이어 미추홀구(29%)가 가장 많을 정도였다.

주인은 있지만 실거주자가 없어 마냥 방치된 빈집 때문에 주변은 슬럼화(slum)되기 시작했다.

빈집은 주로 6·25전쟁 피난민들이 거주하던 숭의동이나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주안동 쪽에 집중됐다.

구는 늘어나는 빈집에 대한 활용책을 청년들과 함께 찾기로 했다. 인하대·인하공업전문대·청운대가 몰려 있는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한 차원이었다.

빈집 문제와 청년들의 거주 문제를 함께 연계해 해결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는 지역 청년들이 주도하는 일종의 청년 기업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새로 설립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용현 1·4동 주민센터 공간을 '마을공방 빈집은행'으로 리모델링해 내줬다. 바로 이곳에서 빈집을 농장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 출발했다.

처음 빈집 농장 아이디어를 낸 최환(33) 씨가 빈집은행 대표를 맡았고 구는 행정 지원에 나섰다.

빈집 농장에서 버섯 재배하는 청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먼저 구는 LH 인천 본부가 소유하고 있던 빈집 가운데 39채를 최장 20년간 무상으로 공급받는 내용의 협약을 2017년 10월 체결했다.

대부분 실제로 거주하기는 어려운 이른바 '공급 곤란 주택'인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었다.

처음에는 채소를 가꿔보기로 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들여놓고 시범 재배를 해 봤지만 실패했다.

대신 이번에는 습하고 온도가 낮은 반지하의 특성을 살려 버섯을 재배해보자는 제안을 최씨가 했다.

구는 빈집 1채에 시범농장을 만들어 농법을 시험해 본 끝에 지난해 9월 빈집 반지하 20채에 버섯을 재배하는 스마트 도시 농장을 꾸몄다.

농장을 가꿀 도시 농부들로는 중장년층·조기 퇴직자·경력 단절 여성 등 16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모두 사업자 론칭을 마쳤다.

버섯을 키우기 위한 영양원인 '배지(培地)'는 외부 농가와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실제로 이들 도시 농부가 가꾼 표고버섯은 재배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9월 한 달간 400㎏에 달했다.

이 버섯은 '인천 송이향 표고버섯'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아파트 장터, 레스토랑, 키즈 카페를 통해 완판되며 빈집 농장의 사업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인천 송이향 표고버섯 [인천시 미추홀구 제공]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빈집 농장 사업은 행정안전부의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사회혁신 분야 대상을 거머쥐었다.

구는 '마을공방 빈집은행'을 거점으로 삼아 버섯 농장을 비롯한 빈집 활용 사업을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빈집은행에서는 이미 2016년부터 빈집 리모델링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21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이 같은 인적 자원을 통해 주민이 직접 빈집 활용을 주도할 수 있게 돕겠다는 전략이다.

유진수 미추홀구 지혜로운시민실 공동체지원팀장은 13일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며 "무엇보다 빈집과 청년, 일자리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사업이 될 수 있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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