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OUNGE]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신선식품 새벽배송 '샛별'..수익 개선은 과제

노승욱 2019. 5. 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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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생/ 미국 웰슬리대 정치학과/ 2007년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2010년 맥킨지 홍콩 컨설턴트/ 2013년 베인앤컴퍼니코리아 컨설턴트/ 2015년 더파머스(현 컬리) 설립, 대표(현)

‘강남 엄마들의 필수앱’ ‘신선식품의 쿠팡’….

신선식품 배송업계 1위 ‘마켓컬리’에 대한 수식어다.

최근 마켓컬리 성장세가 남다르다. 2015년 설립 당시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570억원을 기록, 3년 만에 50배 이상 급성장했다. 지난 2월에는 하루 최대 주문 건수가 3만3000건이 넘었고, 3월에는 회원 수가 200만명에 달했다. 서울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위해 배송트럭으로 달린 거리는 313만4637㎞로 지구 78바퀴와 맞먹는다.

대한민국 새벽 시장을 깨운 이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6)다. 이력을 보면 유통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족사관고를 수석 입학한 뒤 미국으로 유학 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웰슬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홍콩지사,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등에서 금융 관련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전도유망한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창업을 결심한 것은 ‘음식’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먹는 데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금융권에서 근무할 때도 미쉐린가이드 선정 맛집에 가거나 와인을 즐겨 마시며 미식에 대한 조예를 쌓았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보다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려 식재료까지 직접 찾아 나서게 됐고, ‘이 맛있는 음식을 나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켓컬리를 구상하게 됐다고.

▶민사고 수석 입학 ‘엄친딸’

금융 컨설턴트서 창업 변신

상품위원회에도 직접 참여

마켓컬리의 핵심 전략은 두 가지다.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신선식품을 집 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그리고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식자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냉장 상태로 유지하는 풀콜드(full cold)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켓컬리에 신규 입점하는 모든 상품은 담당 MD는 물론, 김슬아 대표도 직접 참여하는 ‘상품위원회’에서 70여가지 기준이 적용된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마켓컬리 측은 “원재료와 성분, 제조시설, 인증 서류 확인은 물론이고, 팀원들의 눈과 입으로 혹독한 평가를 통과해야 입점 자격이 주어진다. 김 대표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주에는 신규 상품 입점을 아예 진행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 결과 상품위원회 통과율은 10%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마켓컬리에 소개된 상품 중 팀원들이 직접 먹어보지 않은, 그리고 만족하지 않은 상품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생산자에게서 직접 상품을 매입하고 수요 예측·재고관리 IT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

독특한 사업 모델에 김슬아 대표의 화려한 이력이 맞물리며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굵직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보통 1억원 안팎 수준인 시리즈A 투자 단계에서 무려 50억원이라는 ‘통 큰 투자’를 받았다. 2016년 말에는 170억원, 지난해 9월 670억원, 올 4월 1000억원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빵빵한 투자에 힘입어 올해도 2~3배 이상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1월에는 월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매출 성장과 함께 영업손실폭도 급증하고 있는 데다, 최근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대기업에 이어 쿠팡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그간 쿠팡과 자주 비교됐다. 직배송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과 막대한 투자 유치, 압도적인 성장 속도 등 쿠팡과 비슷한 점이 많은 때문이다.

쿠팡에 투자한 글로벌 벤처캐피털 ‘세쿼이어캐피털’이 마켓컬리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것도 쿠팡을 닮았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337억원. 전년(124억원) 대비 3배가량 늘었다.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같은 기간 250억원에서 764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포장비(177억원)와 운반비(150억원), 광고선전비(148억원)다. 각각 판관비의 23%, 20%, 19%를 차지한다.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특유의 과대포장과 낮보다 인건비가 비싼 새벽배송 탓에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는 광고선전비가 전년(24억원) 대비 6배 이상 급증, 영업손실폭을 키웠다. 최근 헬로네이처, 오아시스마켓, 신세계, 롯데, GS, 동원, 쿠팡 등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경쟁자가 많아지며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자금을 집행하는 쿠팡과 대기업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마켓컬리에 큰 위협이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던 ‘배민찬’이 사업을 종료한 것도 경쟁 심화에 따른 적자폭 확대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때문이다. 헬로네이처, 더반찬 등도 이미 대기업에 인수됐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살아남은 스타트업은 마켓컬리뿐인데, 마켓컬리도 지난해 매각설이 불거지는 등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잦은 품절 사태도 숙제다. 직매입·직배송 전략을 고수하는 마켓컬리는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율 낮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고객 주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날 수요를 예측하는 자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멍멍이’를 활용, 일일 폐기율을 1% 이하로 유지하려 한다.

문제는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폐기율을 낮춘다기보다 애초에 발주를 적게 해 매진을 유도한다는 것. 마켓컬리는 오후만 돼도 인기 상품이 품절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선식품 쇼핑 패턴임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의 불편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배우 전지현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효과로 신규 고객이 광고 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지만 그만큼 품절 사태도 더 잦아졌다.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의 평균 폐기율은 2~3%대다. 마켓컬리는 물량이 많다 보니 폐기율 1%포인트 차이에 따라 재고 부담이 상당하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잦은 품절이 발생하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이 소비자 수요보다 폐기율 관리에 집중한 탓이다. 이는 매출의 기회 요인을 놓치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켓컬리는 현재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유통망과 물류망, 수천만 회원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뺏길 가능성이 적잖다. 그동안은 마켓컬리가 선발주자로서 프리미엄을 누려왔지만, 향후 이커머스 시장과 같은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결국은 ‘돈 싸움’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업체는 대부분 자체 브랜드의 PB 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마켓컬리는 다양한 생산자와의 제휴를 위주로 판매 중개업을 한다. 이 때문에 공급 물량 관리나 수익성 확보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PB 상품을 확대하거나 대기업과의 제휴 또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8호 (2019.05.15~2019.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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