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정신 잇는 '금희의 후배들'

입력 2019. 5. 13. 15:56 수정 2019. 5. 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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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이웃을 도왔던 금희 언니를 닮고 싶어요."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독병원에서 전남여상 3학년 학생 31명이 소매를 걷고 헌혈에 나섰다.

교사 박준(27) 씨는 "학생들이 5월에 헌혈하는 전통을 엄숙하고 뿌듯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날 헌혈을 한 데 이어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순의비 앞에서 헌화·묵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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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상, 2~3학년 100여명
1980년 선배들처럼 헌혈 나서
동성고, 희생자 추모 공간 조성
전남여상 학생들이 10일 광주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하기 위해 줄을 지어 서있다. 전남여상 제공

“딱한 이웃을 도왔던 금희 언니를 닮고 싶어요.”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독병원에서 전남여상 3학년 학생 31명이 소매를 걷고 헌혈에 나섰다. 2001년생인 양수윤(18)양은 “선배가 헌혈에 나섰다가 희생됐다는 사실을 듣고는 늘 빚을 진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에선 2학년 60~70명이 적십자사 버스에 올라 헌혈에 동참했다. 교사 박준(27) 씨는 “학생들이 5월에 헌혈하는 전통을 엄숙하고 뿌듯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여상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박금희(당시 18)양의 모교다. 박양은 1980년 5월21일 집단발포 직후 부상자가 많아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기독병원에서 헌혈한 뒤 귀가하다 계엄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병원을 나선 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숨진 박양의 희생은 연극 ‘금희의 오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전남여상은 교정에 ‘박금희 열사 순의비’를 세우고 추모사업을 벌여왔다. 학생들은 이날 헌혈을 한 데 이어 17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순의비 앞에서 헌화·묵념한다.

당시 학생 3명이 숨졌던 동성고는 학교 안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또 5·18민주묘지를 찾아 5월의 교훈을 새기는 그리기와 글쓰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학교에선 21일 집단발포 때 2학년 이성귀군, 27일 도청진입 때 2학년 문재학, 1학년 안종필군이 각각 희생됐다. 특히 안군의 주머니에서는 며칠 전에 맞춘 교복의 영수증과 돈 500원이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남여상 학생들이 10일 80년 박금희 선배처럼 교복을 입은 채 헌혈하고 있다. 전남여상 제공

광주지역 학교에서는 오는 18일까지 학생 희생자 18명을 기리는 행사들이 다채롭게 열린다.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이었던 희생자들의 출신학교에서는 후배들이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정신계승을 다짐한다. 효덕초등은 고무신을 주우려다 계엄군의 사격을 받은 전재수군을 추모하는 우체통을 만들었다. 후배들이 10살 소년이었던 전군한테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서광중은 5·18민주묘지 참배와 법정·영창 상황극 공연을 진행하고, 무등중은 주먹밥 만들기와 5월만화 그리기를 진행한다. 숭의중은 도서관에 5·18도서를 따로 전시하기로 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5·18은 촛불민주주의의 뿌리였고, 인권·평화·나눔의 가치를 알려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이 숭고한 5월정신을 배울 수 있게 영상과 자료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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