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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자연 "잠자리 요구" 단서 보고도..검·경 '조선일보' 비켜가

입력 2019.05.13. 21:26 수정 2019.05.1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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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 진상조사 결과
대검 조사단 "장자연 문건 사실일 가능성 높다"
조선일보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10년 전인 2009년 3월7일 배우 장자연씨가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자필 문건을 남기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관련자 9명을 입건하고 118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정작 검찰이 기소한 이는 소속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등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장씨의 접대 대상에 <조선일보>라는 언론권력이 결부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경의 대표적 부실수사 사례로 꼽혀왔다.

■ ‘검·경 총체적 부실 수사’ 결론 낸 듯

지난해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배우 장자연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10년 전 검·경의 수사 내용부터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경찰의 초동수사부터 장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증거 누락, 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 수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수사였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13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에 보고한 최종 조사 결과에서 우선 경찰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경찰은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인 2009년 3월15일 장씨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시간은 단 57분이었다. 경찰이 확보한 것은 컴퓨터 1대, 휴대전화 3대, 메모리칩 3개, 다이어리 1권, 메모장 1권, 스케치북 1건이 전부였다. 수색한 장소도 장씨의 침실로 한정됐다고 한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경찰이 ‘조선일보 방 사장’이 적힌 다이어리를 압수하지 않았으며, 장씨가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이나 핸드백 속 명함도 그냥 지나쳤다는 장씨 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주요 증거가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고 한다. 진상조사단이 검토한 수사기록에는 장씨가 누구와 연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당시 장씨와 기획사 대표의 통화 내역을 조회했다는 ‘흔적’은 있었지만, 정작 이들의 통화기록 원본은 수사기록에서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장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장씨가 자신과 관련한 얘기를 풀어놓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검·경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록이 고의로 누락됐을 가능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상조사단 조사 내용에 비춰보면 당시 검찰 수사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기획사 대표에게 장씨 폭행과 협박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정작 폭언과 폭행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술자리 참석 강요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김갑배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배우 장자연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 최종 보고를 받는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문구 수정·보완 등을 요청했다. 20일 회의에서 최종 조사·심의 결과를 의결해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검찰 초동수사 문제”
장씨 침실만 57분 ‘찔금 수색’
“조선일보 방사장 이름 적힌
다이어리 압수 안해”

통화 조회·수사기록 고의 누락?
통화기록 원본·포렌식 결과
압수한 수첩 사본 등 빠져

“검찰 수사도 설득력 떨어져”
기획사 대표 폭행·협박 혐의만 기소
폭행 배경인 ‘술자리 강요’는
제대로 수사 안해

‘조선일보’ 일가 수사 부실
“잠자리 요구하게 만들고
술접대 시켰다” 글 남겼어도
통화기록 한달 조회하고 끝

■ 조선일보 관련 의혹 조사

특히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장씨는 ‘2008년 9월께 (기획사 사장님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하게 하였다’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과 술자리를 만들어 룸살롱 술접대를 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조선일보 관계자의 한달치 통화 내역만 조회했다고 한다.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에 대한 수사도 미진했다. 2009년 7월께 경찰은 기획사 대표로부터 장씨와 방용훈 사장이 2007년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외국에 있던 방용훈 사장을 조사하지 못한 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은 방용훈 사장이 귀국한 뒤에도 조사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조선일보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방정오 <티브이(TV)조선> 대표와 장씨 사이의 통화 내역을 삭제했다는 의혹, 경찰이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조선일보에 제공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조선일보가 장씨 사건 수사와 언론보도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은 맞지만, 통화 내역 삭제나 수사기록 제공 등이 실제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2009년 3월께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수사책임자인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은 조 전 청장으로부터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검·경 수사의 총체적 부실이 확인된 만큼 시민사회의 재수사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정되는 사실과는 별개로 법리 문제와 공소시효 등 형사처벌 가능성의 벽이 만만찮다고 한다. 극히 일부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 권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018년 12월 9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코리아나 호텔 ‘조선일보사’ 간판 앞에서 장자연리스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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