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30대 '과로사', 집배원이 쓰러졌다

이효상·정대연 기자 2019.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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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3일 공주 무기계약직 심장마비로…12일엔 의정부·보령서 두 명 숨져
ㆍ전달에도 2명 심혈관계 질환 사망
ㆍ노조 “장시간 노동이 비극 불렀다”

30대 무기계약직 우체국 집배원이 사망했다. 집배노조는 우체국의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13일 우정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공주우체국에서 상시계약집배원으로 일했던 이모씨(34)가 이날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 10시쯤 귀가한 이씨는 “피곤해 잠자겠다”는 말을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공주우체국은 이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그간 집배원의 사망은 잠을 자던 중 심정지로 사망하는 게 주를 이뤘는데, 과로사의 전형적인 양태”라며 “특히 이씨처럼 젊은 사람이 사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장시간 노동이 비극을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016년 2월부터 공주우체국에서 상시계약집배원으로 일했다. 상시계약집배원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연 단위로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무기계약직이다. 임금은 정규직과 차이가 크다. 2017년 사회공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씨와 같은 3년차 상시계약집배원은 2년차 정규직보다 수입이 연간 530만원 적었다.

상시계약직은 대부분의 비정규직처럼 정규직 승격 기회를 잡기 위해 일하기 어려운 구역으로의 배치나 연장노동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씨도 그랬다. 생전 그와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눴던 집배원 ㄱ씨는 “업무의 과중함 때문에 힘들어했다”며 “주로 토로한 것은 ‘내 구역 일이 끝나면 다른 구역 일도 맡기는데 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속한 공주우체국 2팀은 유독 업무 강도가 높았다. 다른 팀보다 1시간가량 이른 오전 7시쯤 출근해 일찍 일을 시작했다. 배달 업무가 끝난 뒤 오후 8~9시까지 우편물 분류 작업을 했다. 2~3주에 한 번씩은 토요일에도 출근해 택배 업무를 해야 했다. 집배원 ㄴ씨는 “말로는 정규직보다 일을 덜 준다고 하는데 그게 쉬우냐”며 “연장노동도 인정 안되기가 일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세종우체국 정규직 채용에 응모해 탈락 했지만 올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이씨의 사망 하루 전에도 두 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의정부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집배원 박씨는 오전 7시쯤 심장마비로, 보령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집배원 양씨는 정오쯤 백혈병으로 숨을 거뒀다.

2010~2018년까지 사망한 집배원 331명 중 과로가 의심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82명으로 약 25%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사흘 사이 두 명의 집배원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효상·정대연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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