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큰 '빚'이 된 한빛원전

녹색연합 입력 2019. 5.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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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걷다⑤] 명사십리 지나 영광 핵발전소로

[오마이뉴스 녹색연합 기자]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활동가들은 무쌍한 자연과 또 인간이 낸 생채기들을 현장에서 만납니다. 2019년 스물 두 번째 녹색순례는 '기후변화를 걷다'입니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둘러 재생에너지와 그 재생에너지를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궤적을 좇습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당장의 편리가 결국 치명적인 불리로 돌아온 증거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절체절명의 사명입니다. 8박9일(5월9일부터 5월17일까지) 동안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보고, 듣고, 내디딘 단편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오늘 기후여정 녹색순례단이 향하는 곳은 한빛 핵발전소가 있는 영광이다. 원자력발전소까지 5킬로쯤 남았을까?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재난 및 방사선 비상시 신속한 전파를 위한 비상경보용 방송설비'가 간판과 함께 눈에 띈다.

한빛 원자력발전소는 1986년 1호기 첫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첫 상업운전을 한 사례라고 한다. 2002년까지 총 6호기가 건설되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16년 6월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 부식이 한빛 2호기에서 발견되기도 했고 작년 감사원 감사 결과 한빛 4호기 철판 120곳의 부식도 확인되었다.

격납건물 안쪽에 구멍난 채 20년간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던 그 원전이다. 안전관리 문제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찬반 입장과 무관하게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우려하는 문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가마미 해변에서 본 한빛원전
ⓒ 녹색연합
  
핵무기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에 깃든 모든 생명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실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은 이와 사뭇 다르거나 혹은 관대하다. 아마도 핵을 원자력이란 이름으로 바꾸면서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한 까닭이다. 영광주민들도 체르노빌 사고는 핵발전소에서 난 것이고, 이곳은 핵발전소가 아니라 이와는 다른 원자력발전소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핵발전소를 굳이 원자력발전소라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원자력발전소. 정확히 말하면 핵발전소는 청정, 평화, 안전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핵에너지는 언제든 무기로 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동안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인간의 실수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거대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시설이다. 또한 가동하는 내내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10만년 이상 봉인되어 모든 생명체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더 한 무기는 없는 셈이다. 더욱이 근접해서는 안 되는 핵폐기물이란 무기를 10만년 이상 미래세대에게 넘겨주게 된다.
 
순례단은 영광 한빛원전 6호기 내부를 둘러보았다. 가장 관심이 쏠린 곳은 원전 내 저장수에 담겨있는 사용후핵연료이다. 한빛 원전 6기에는 사용후핵연료 7066다발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의 수조가 있고, 4652다발이 차있다. 조밀저장 전 예상 포화년도는 2019년. 조밀저장 후 포화연도는 2024년이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것이 목적인지, 처분장이 없으니 임시저장고를 늘려서 몇 년 후면 넘쳐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임시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목적인지 분명하지 않다. 세대 간 지역 간 정의로운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란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누가 이 위험한 쓰레기를 옆에 두고 싶어 할까. 우리 모두가 뱉어낸 핵폐기물이므로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핵발전소를 인근에 두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사용후핵연료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관심도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했으니, 그 쪽에 지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제야 관심을 갖게 되려나.

핵발전소를 둘러본 이후 순례단은 가마미 해변에 도착했다. 영광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가마미 해변은 3대 비키니 해수욕장의 하나라는 명성을 얻던 곳이다. 그러나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해변의 모래톱이 사라졌고 기형물고기들이 속출하면서 칠산어장의 명성도 사라졌다.

순례단은 이곳에서 작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원전보다 안전! SOS
 
 해번에서 녹색순례단이 그린 SOS
ⓒ 녹색연합
  
우라늄 채굴과정을 고려해도 핵발전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핵발전의 주 연료인 우라늄의 생산국들 대부분은 핵발전도 핵무기도 갖고 있는 않은 나라들이다. 노천에서 1톤의 암석을 캐내면 우라늄 몇 그램을 제외하고 나머지 99%의 암석은 폐기물이 된다. 85%의 방사능 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어 산 전체가 방사선 물질을 내뿜게 된다.
이 지역 주민들이 소아백혈병과 신장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이다. 지하에서 채굴은 라돈 가스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작업으로 이루러진다. 라돈 가스는 8만년이 지나야만 그 독성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핵발전은 지역과 세대 간 정의에 위배되는 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핵발전 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위험의 외주화 대상이다. 최근 5년간 한수원 방사선 작업 종사자 피폭 방사선량 현황을 보면, 한수원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비율은 1:2에서 2:3으로 그나마 줄었지만, 피폭 방사선량은 하청노동자들이 10배에 가까운 수치의 피폭을 받고 있다.
 
 핵없는 안전한 세상!
ⓒ 녹색연합
 
5일차 순례를 마치고 영광 핵발전소 공동행동 김용국 집행위원장과 함께 작은 간담회를 가졌다. "원전은 지역경제의 마약, 끊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원전 폐쇄 후의 대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으로 인해 경제적 터전을 상실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기 때문이다.

원전폐쇄 후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라는 말씀도 덧붙였다. 원전 가동으로 인한 세수 수입을 대체할 만한, 그러나 단지 세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기반, 주민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풍력 발전 협동조합을 만들어 발전을 통한 이익을 나누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내일 순례단은 영광의 풍력발전단지를 돌아본다. 풍력발전단지로부터 발생한 지원금으로 투자한 태양광주민발전 지역도 답사한다. 원자력발전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시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순례단을 맞이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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