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겠다"vs"생색말라"..南도 北도 식량지원 '딜레마'(상보)
대북 식량 인도지원 문제를 두고 남북 모두 난처하고 애매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에도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와 '인도주의'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의 물꼬로 삼겠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국내 여론과 북한의 반응이 심상찮다.
북한은 "생색내지 말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먼저라고 불만을 표했다. 짐짓 거부할 수도 있다는 시늉이지만 초조함이 더 크게 읽힌다. 미국의 대북제재 양보를 유인하기 위해 꺼내 든 군사적 압박 전술이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9월까진 지원해야"…여론수렴·분배투명성 고민
정부의 식량지원이 성사되기까진 변수와 장애물이 적지 않다. 먼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비등한 대북 강경 여론을 눅여야 한다. 재원 마련 등을 위해선 정치권의 논의 절차도 선행돼야 한다. 국회 문은 패스트트랙 사태로 여전히 닫혀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민간단체와 7대종단 협의체 등 종교계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지원 시기와 관련해 "5~9월이 적기"라고 했다.
식량지원 방식을 결정하는 일은 더 고민스럽다. 직접 전달할지,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할지 선택이 어렵다. 남북관계에 보탬이 되려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차관으로 하려면 반대 여론을 넘어야 한다.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상 지원의 경우 모니터링이 필수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 지원 모니터링과 관련해선 분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니터링을 고려한다는 점을 기본 입장으로 계속 밝혀 왔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은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근본문제=경협·제재"…무력시위 꿈쩍않는 美
북한도 입장이 애매해 보인다. 식량난은 10년 사이 최악이다. 전체 인구의 40%인 1010만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어린이와 임산부의 영양실조 위험이 특히 심각하다. 올해 136만톤(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런데도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주변 환경에 얽매여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에 나서라는 것이다. 메아리는 다음날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비판은 대미·대남 강경 기조를 유지하려는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에 '근본적인 문제'는 경협 재개와 제재해제 등 경제 문제다.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며 무력시위 수위를 '레드라인'(금지선) 근처까지 끌어올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는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13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외교적 해법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협상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빅딜과 대북제재 유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벼랑끝전술이 먹혀 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다급한 식량난에도 인도 지원을 덥석 받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은 특히 체면과 자존심을 중시한다. 남북관계에선 더 그렇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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