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정보요원이 39년 만에 밝힌 '5·18의 진실'

허단비 기자 2019. 5.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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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장·허장환 전 요원 광주서 증언
14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5·18 증언회'에서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단 요원과 허장환 전 505보안대 요원이 발언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2019.5.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비밀 유지 각서보다 광주의 진실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80년 5월 당시 미 육군 501정보여단에서 활동한 정보요원과 505보안부대 수사관이 39년 만에 5·18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입을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는 '두 전직 정보요원이 39년만에 밝히는 5·18의 진실'을 주제로 '5·18증언회'가 열렸다.

이날 증언회에는 김용장 전 501정보여단 요원과 허장환 전 505보안부대 수사관이 참석했다.

두 전직 요원은 이날 5월어머니, 5월단체, 광주 시민들과 만나 전두환의 사살명령, 편의대의 시민 선동, 교도소 습격사건, 가매장 시신 발굴, 신군부의 정권찬탈 시나리오 등 5·18 당시 자신들이 보고 들은 사실을 전했다.

1980년 5월 당시 미 육군 방첩부대인 501정보여단 광주파견대 군사정보관으로 재직한 김씨는 자신이 미국에 보고했던 정보들을 토대로 증언했다.

김 전 요원은 "전두환씨가 광주에 헬기를 타고 내려온 것, 도청 앞 헬기사격 사건, 5·18편의대가 들어와 광주시민들의 폭동화 시킨 것, 시신을 재발굴해서 화장처리한 사건, 교도소 습격사건, 공수부대에 의해 성추행 당한 사건 등 40여건에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며 "그 사실을 전부 제가 보고했다"고 말했다.

5·18당시 계엄군의 실질적인 지휘소 역할을 한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복무한 허장환씨는 이날 전두환씨가 광주에 방문했던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며 그 당시의 세밀한 상황을 설명했다.

14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5·18 증언회'에서 허장환 전 505보안대 요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번 증언회에서는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단 요원과 허 전 요원이 발언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2019.5.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허 전 수사관은 "1980년 5월21일 전씨가 광주에 다녀갔다"며 "사전에 '사령관이 오실 것 같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말은 일선 수사관에게 '하사금'이 내려진다는 것으로 상당히 좋아하고 기대하고 있었다"며 "전씨가 내려온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전두환의 발포명령'이라고 칭했던 것을 바로 잡으며 분명한 '사살명령'이라고 말했다.

허 전 수사관은 "전씨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전씨 스스로 '군은 발포라는 것은 없다. 사살이지'라고 한 부분이 있다. 정독해보라"며 "발포는 초병에게 해당하는 말로 전투시나 군이 적을 상대로 살생행위를 할 때는 발포가 아니라 사살이다. 전씨는 절대 발포명령을 하지 않았고, 사살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5월 당시 시민군에 의해 계엄군이 철수한 것을 두고도 광주를 고도(孤島)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는 "시민들이 도청을 사수하도록 해야 계엄군의 자위력 구사라는 조작 시나리오가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은 충분히 자기 방어를 위한 발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도청 철수 명령을 내렸고 시 외곽을 차단했다"며 "생필품이 떨어지도록 하고 식수를 고갈시키고 전화선 차단해 고립화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5·18 증언회'에서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단 요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번 증언회에서는 김 전 요원과 허장환 전 505보안대 요원이 발언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2019.5.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김 전 정보요원은 '신군부가 군인을 민간인으로 위장시켜 폭력을 조장했다'는 '편의대'도 자신이 보고한 바 있다고 했다.

허 전 수사관은 "보안사령부는 '충성일지'라고 하는 비망록을 쓰게 돼 있는데,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충성일지를 보면 '광주일고 출신 홍모 대령을 (편의대) 대장으로 광주에 보냈다'라고 돼 있다. 이는 전씨가 (편의대 존재를) 자인한 것"이라고 증언에 힘을 실었다.

허 전 수사관은 "5·18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계획을 해서 정권 찬탈로 가는 시나리오를 썼는지 등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정권찬탈을 위해 광주를 지목한 배경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나 부산은 지역이 너무 커서 신군부에서 컨트롤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향이기도 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는 규모가 너무 적고 남쪽에 있어서 작전상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전의 경우 서울과 너무 가깝다보니 서울에 전파가 됐을 경우를 대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80년 5월 광주의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 전 요원은 "광주항쟁에 대한 역사는 지금부터 다시 써져야 한다. 이제까지 역사는 올바로 써진 역사가 아니다"며 "잘못은 바로 써져야 하고 지금 우리가 그 일을 해야할 때다. 비록 시기는 늦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전 수사관은 "광주 문제는 기꺼이 내 살아있는 동안 매듭을 지으리라고 다짐했다"며 "5·18진실규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객석에서 두 요원을 지지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14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5·18 증언회'에서 오월어머니가 허장환 전 505보안대 요원에게 꽃다발을 건내고 있다. 이번 증언회에서는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단 요원과 허 전 요원이 발언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2019.5.1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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