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성폭행 피해자 두고 성적조롱.. 비판도 안 먹혀"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
▲ 한 성폭행 피해자의 '미투' 이후, 이 단톡방에는 'XXX 사진 갖고 계신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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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연예인 유출 영상을 구하고 직접 공유도 하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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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A : "'XX녀' 사진이라고 돌던데 본인일까요"
언론인 B : "저도 다른 사람 스마트폰으로 본 거라 미인이더군요"
언론인 C : "한 번 유혹해볼만 하네요"
언론인 D : "유혹이라기보다 남자 3명이 발정날만한 게 정확한 듯 (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공유하면서)"
언론인 A : "강남 넘어가긴 불편해서 시청 쪽 생각 중인데 북창동 완전 죽었나요. 아직 그 명성을 잇고 있는 곳이 있나요"
언론인 B : "질펀하게 놀고 싶네요"
언론인 C :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있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 택시 타고 강남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강남의 북창동식"
언론인 A : "C님, 업소나 실장 추천 가능할까요? 내일 3명(성매매 업소를 추천해달라고 말하면서)"
경찰이 기자·PD 등 익명의 언론인들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여러 개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 등의 대화방에 속한 '언론인'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사진 및 신상 정보와 성관계 영상, 성매매 업소 추천 및 후기 등을 공유했다.
현재 해당 방들은 '폭파(폐쇄)'된 상태지만 경찰은 오픈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사본으로 입수해 분석 중이다. 시민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은 지난 10일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대화방 참가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언론인 오픈채팅방을 언론사에 제보한 제보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는 자신을 언론인 익명 단톡방에 속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단톡방의 대화 내용에 놀라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단톡방 내부에서 이러한 대화를 비판하는 언론인들도 있었지만 다수가 그런 이들을 예민하게 치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부에서 대화를 주도했던 이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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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아이돌 딥페이크 영상 등도 공유됐다. 딥페이크는 딥러닝과 페이크(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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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보자와의 일문일답.
- 처음 '기자 단톡방' 제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단톡방 내부에 성폭행 피해자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XX기업 불륜 난리났다'는 지라시가 한 번 돌면 남녀의 정보가 모두 돌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는 사진과 상세한 정보가 돌았고 외모 평가가 매일 같이 오갔다. '저 여자도 먹고 싶나요?', '성폭행할 정도는 아닌데', '저라도 달려들듯' 같은 내용이었다."
-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처음에는 놀라서 단톡방 캡처를 시작했다. 명색이 언론인 단톡방인데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볼 법한 내용이 오가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해당 기자들의 신상을 알게 되면 문제삼아보려고도 했다."
- 단톡방 내부의 자정은 없었나?
"'티라미슈'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2017년부터 꾸준히 피해자를 조롱하고 욕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여자분이 피해자인데 정보를 돌리는 건 아니지 않나요?'라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도 했다."
-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보를 돌리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반응했나?
"'이런 이야기는 (다른 단톡방에서) 하시죠'라면서 다른 방을 만들었다. 일부 기자들이 지적을 했지만 이들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고갔다. 그리고 다른 방을 만들어서 거기서 또 정보를 돌려봤다. 2년 전 남성 기자들로 구성된 단톡방 내부의 성희롱 사건이 보도됐을 때도 이런 단톡방들은 존재했다. 그때 기자들이 단톡방을 대거 나가기도 했다."
- 처음 단톡방이 생긴 건 언제였나?
"2016년 4월 정도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정보를 올리고 정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방으로 시작했다. 대부분 남성 중심의 잡담이 오갔고, 서로를 '형들'로 부르는 것을 보면 남자 언론인이 많을 거라고 추측했다."
- 기자나 PD 등 언론인 인증 절차를 어떻게 진행했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기자 직군 라운지를 통해서 모집했다. 여기서 언론인들이 신분 인증을 거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인증 절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어려워졌다. 방장은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방장 닉네임) 사랑해요'라는 말을 녹음해서 성별을 인증하게 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남성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녹음된 목소리가 여성의 목소리면 서로 돌려서 들었다."
- 기자들이 수십 명 있는 불법적인 단톡방의 존재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남성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이나 성매매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성폭행 피해자 사진이나 연예인 피해자의 사진 및 강간 영상은 그렇게 찾으면서 남성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그런 거 공유하면 철컹철컹' 공유하지 마세요', '잡혀가요' 같은 말을 했다. 전형적인 한국 남성 카르텔이라고 볼 수 있다."
"기사가 나가고 문제가 가시화된 시점에서도 단톡방 내부의 사람들은 '너희가 그렇게 깨끗해?', '왜 저런 기사를 쓰냐 짜증나네' 같은 말을 했을뿐, 대화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말을 꺼낸 사람 중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 "'미오' 때문에 방 없애요" 여기서 '미오'는 처음 기자 단톡방을 보도한 언론사 '미디어오늘'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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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다시 읽었는데 어쩌라는 건지? 제가 이해력이 딸리는 건가요?"
"OOOO(매체명) OOO 기자님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문학방을 애용하세요"
(기자 성범죄 단톡방 보도가 난 이후 해당 단톡방 내에서 있었던 대화)
-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나?
"단톡방에서 주도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던 이들이 누군지 밝혀져서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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