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황교안 부처님오신날 합장 거부 논란.. MB 빠짐없이 합장, YS는 묵례로 대체

정승임 2019. 5. 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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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홀로 합장을 안 하는 사진이 14일 뒤늦게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그가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종교 편향 우려를 불러 일으키면서 대선 주자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하지만 과거에도 종교적 이유로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하지 않는 대선 주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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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편향” 지적… 장로 대통령 2명과 비교해 보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가운데 홀로 합장을 하지 않고 두손을 모은 채로 서 있다. 2019.5.12 연합뉴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홀로 합장을 안 하는 사진이 14일 뒤늦게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그가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종교 편향 우려를 불러 일으키면서 대선 주자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하지만 과거에도 종교적 이유로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하지 않는 대선 주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개신교 장로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합장을 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합장 대신 묵례를 했다. 다만 두 전 대통령이 나름의 방식으로 불교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종교 편향 우려를 씻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타 종교 배척 논란에 휩싸인 황 대표가 귀 기울여 들을 사례다.

12일 황 대표는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지만 행사 내내 합장을 하는 대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 있었다. 또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개인이 아니라 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행사에서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종교 신념과 정치 행보를 분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황 대표는 검사 부임지마다 기도 모임을 만든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또 저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사법시험을 일요일에 치르는 것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에 “주일이 아닌 날에 공무원 시험을 실시하는 성숙한 행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독교를 향한 그의 종교관이 확고하다 보니, 자칫 기독교 편향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합장을 하며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있다/2008-01-16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일보)

반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합장을 하며 성난 불심을 달랬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 시절이던 2007년 5월 2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은 물론 경남 양산 통도사, 경기 화성 용주사, 경남 합천 해인사 방문 때도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소망교회 권사였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07년 도선사 주지 혜자 승려로부터 ‘연화심’이라는 불교 법명까지 받았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장로 대통령’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5대 종단 지도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밀접한 교류를 했다”고 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성수대교 붕괴와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가 이어지자 “개신교 장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불상을 없애 대형사고가 잇따른다”는 유언비어에 시달려야 했다. 일제시대 조선총독관사(청와대 경내)에 있던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김 전 대통령이 치웠다는 루머였다.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수 전 비서관은 “흉흉한 소문이 잇따르자 1994년 10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관저 뒤편에 멀쩡히 있는 불상을 공개하기까지 했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기독교인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5월 25일 아침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나라와 민족을 위한 법회」에 참석, 합장하고 있는 승려, 불교신도들과 나란히 서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김 전 대통령도 합장은 하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은 “안 하던 행동을 하기가 어색해서 그런지 사찰에서 합장 대신 묵례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만 김 전 대통령은 항상 ‘내가 믿는 종교가 있으면 남이 믿는 종교도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셨다”며 “80년대 민주산악회 초창기에는 절 근처에서 밥을 해먹어 스님들과 거리낌 없이 지냈고 권사이신 손명순 여사도 절을 많이 찾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지방 불교방송을 잇따라 허가하거나 사찰 종합토지세를 면제하는 등 불교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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