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잇단 집배원 노동자의 과로사, 언제까지 수수방관 할텐가

CBS노컷뉴스 지영한 논설위원 2019. 5.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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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30대 이 모씨가 지난 1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12일에도 집배원 박모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같은 날 양모씨도 골수암 투병 중 숨졌다.

해마다 논란이 된 우체국 집배원 노동자들의 살인적 근로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엊그제 숨진 공주 집배원 이씨는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숨지기 전날 공채 응시원서 작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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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사진=연합뉴스)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30대 이 모씨가 지난 1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숨진 집배원은 이 씨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12일에도 집배원 박모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같은 날 양모씨도 골수암 투병 중 숨졌다. 이달 들어서만 3명이다.

사실 집배원들의 잇단 죽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과로사한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은 모두 82명에 달한다. 2017년까지는 10명 안팎이었지만 지난해는 15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해마다 논란이 된 우체국 집배원 노동자들의 살인적 근로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정사업본부에서 파악한 집배원의 1년 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국내 평균 노동 시간보다 504시간이나 더 길다. 1년에 63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예비 인력도 없어 한 사람이 빠지면 기존인원이 일을 분담하는 파행적 업무 구조도 여전하다고 한다. 최악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집배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경영 합리화의 이름으로 '고용의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35%에 이르는 집배원이 무기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그친다.

여기에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비정규직 집배원들에겐 되레 독으로 작용했다.

형식적으로나마 근로 정책을 따라야 했던 만큼 퇴근 등록 뒤 대략 1-2시간씩 추가로 잔업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른바 '공짜 노동'이 다반사였던 셈이다.

신분상 약자인 무기계약 집배원들이 알아서 시간외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집배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력을 뽑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우정사업본부의 대응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노조와 전문가의 참여 아래 집배원 2000명 증원 등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경영상의 위기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지금이라도 모자라는 인원을 충원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엊그제 숨진 공주 집배원 이씨는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숨지기 전날 공채 응시원서 작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지원서엔 "성실하게 일하며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고 적었다고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어디든 고객의 희망과 정성을 전달하는 집배원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제공하는 일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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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지영한 논설위원] youngh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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