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학규 퇴진론 '대세'로 굳어지나.."안철수계 부활했다"

박준호 입력 2019.05.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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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계 중심으로 손 대표 리더십 불만 들끓어
'패스스트랙 정국'에서 국민의당계도 일부 등 돌려
오신환 "변화의 첫 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 전환"
안철수계 의원들도 오신환에 '몰표' 존재감 부각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손학규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9.05.1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바른미래당의 새 원내대표로 바른정당계에 속하는 오신환 의원이 당선되면서 손학규 당대표 퇴진 요구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손 대표의 퇴진을 놓고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계와 호남계 의원이 주축인 진보 성향 국민의당계가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였지만, 오 원내대표의 예상 밖 압승으로 손 대표에 대한 퇴진이 이제는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로 그간 바른정당계에서는 당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왔지만 공개적으로 퇴진이나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4·3보궐선거에서 두 자릿수도 안 되는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하자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손학규 퇴진론'이 불거져 나왔다.

손 대표는 올해 9월까지 당 지지율 10% 달성을 약속하면서 내홍을 추스리고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듯 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기 위해 무리하게 사보임을 추진하는 등 잡음이 일면서 당 내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손 대표가 지난해 열흘 간 단식농성을 벌일 만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승부수였다.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반발한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위원의 '보이콧'으로 최고위가 파행으로 치닫자, 당대표의 권한으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놓고 절차적 적법성 논란이 가열되면서 김수민,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 일부 국민의당계 출신 의원들도 손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온 데에는 손학규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바른정당계 외에도 안철수계 의원들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가 오신환 의원에게 표를 준 것으로 보여 의외로 오 의원이 압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손학규 대표에게 남은 것은 퇴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물러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가능하면 자진 퇴진해서 아름답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5.15.since1999@newsis.com


새 원내사령탑에 오른 오신환 원내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손학규 대표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패스트트랙과 맞물려서 한 달이 넘도록 사태 수습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더 이상 시간 끌 일도 아니고 새롭게 위원회를 만들어서 퇴진하냐 마냐, 또 다시 우리끼리 갑론을박 갈등을 증폭시킬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손학규 대표님의 용단을 내려달라는 충언을 드린 것이고 그것 외에는 개인적인 어떤 감정도 없다"며 "오히려 인간적으로는 (손 대표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 원내대표는 "변화의 첫 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 의원단 워크샵을 개최하고 거기서 총의를 모아 손 대표를 찾아 뵙고 저의 간곡한 충언을 말씀드릴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과 관련해선 "혁신위를 말하는 일부 의원들도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즉각적인 퇴진과 비대위 체제를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며 "의원들과 상의하고 당내 많은 지역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 정무직 당직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손학규 대표 및 현 지도부 총사퇴 및 안철수·유승민 등판을 촉구하고 있다. 2019.05.02. jc4321@newsis.com

당 내 일각에서는 "안철수계가 부활했다"는 평가와 함께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공동 창업주로 불리는 두 사람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 바 있다.

유 전 대표는 '강연 정치' 등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안 전 대표는 독일에서 체류하며 유학생활 중이지만 여의도 복귀를 요구하는 지지세력이 아직 건재해 조기 귀국설이 흘러 나오는 실정이다.

한편 김관영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보이콧을 풀고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고위에서 오 원내대표와 함께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과 국민의당 출신 김수민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수적으로 손 대표를 저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손 대표가 15일 사임한 권은희 정책위의장의 후임으로 자신의 측근을 임명할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3명, 정책위의장, 청년 최고위원 1명,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바른미래당의 한 최고위원은 "이제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이 5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서 최고위원회 회의 복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8.07.12. kkssmm99@newsis.com

반면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15일 자진 사임했다.

이들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기존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오신환 의원으로 교체되며 위원에 선임됐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4월30일 대한민국의 정치 개혁과 사법 개혁을 위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이로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발전,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국회법에서 정한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적법한 권한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4당 합의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저희 두 사개특위 위원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바른미래당의 화합과 자강, 개혁의 길의 밀알이 되고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해 사임계를 제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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