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오도독] "독재" 논란과 KBS의 "자격"

최경영 입력 2019. 5. 16. 07:22 수정 2019. 5. 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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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독재”를 질문할 “자유”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런 질문이었다.
“당신을 독재자라고 자유한국당이 그러는데 어떻게 느끼십니까?”

그 부분에 관한 전체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필자가 요약한 문장과 어감이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 이런 판단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것 아니겠나? 독재자라고 들으셨을때 어떤 느낌이셨나?”

지난 9일 KBS에서 방영된 대통령과의 대담을 본 시청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한 내용은 이 부분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고, 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게다가 제 1야당이 계속 현 정부를 “좌파독재”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언론사 입장에서는 안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반발은 KBS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대체 왜?

"독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대체 “독재”란 무엇이냐는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의 사전적 정의는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독단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독재자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이 독재다. 그 가장 좋은 사례는? 바로 박정희와 전두환이다.

박정희 체제가 만든 유신헌법하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원 3분의 1을 사실상 임명했고, 대법원장과 법관의 임명권까지 부여받았다. 상상이 되는가?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다. 또, 1975년부터 1988년까지 시행된 국가 모독죄를 통해,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모독하면 형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까지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낙인 찍고 가두고 고문하고 죽여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했고, 서울대 교수도 죽었고, 장준하 같은 광복군 출신의 민족주의 우파 사상가도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5.18 광주 학살의 배후 인물로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전두환은 80년대 철권통치를 통해 사람들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하고, 숨지게 했던 제 5공화국의 대통령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박정희처럼 국가 반란, 내란을 통해서였다. 총칼로 탄생한 민주헌정의 정통성이 없는 전형적인 독재정권이었다.

그런 전두환이 만든 정당의 이름이 민주정의당, 약칭으로 민정당이었고, 민정당의 뒤를 이은 정당이 민주자유당이었으며, 민주자유당의 뒤를 이은 게 신한국당이고, 신한국당이 이름을 바꾼 게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꾼 게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이름을 바꾼 게 지금의 자유한국당이다. 결국 그 뿌리를 따져놓고 보면 자유한국당이야말로 ‘독재 잔당’이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사를 갖고 있는 정당인 것이다.

또, 자유한국당의 전신들은 그 이름을 바꿀때마다 국가를 사실상 도탄에 빠뜨렸다. 신한국당은 국가를 IMF 부도 사태에 빠뜨린 뒤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고, 한나라당은 “차떼기”로 재벌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받은 게 들통이 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혁명’을 거쳐 탄핵을 당한 뒤,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며 만들어진 정당이다.

KBS는 “독재”를 질문할 “자격”이 있는가?

게다가 KBS 자체도 ‘독재’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BS는 70년대 박정희의 유신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복무한 사실상의 정권의 나팔수였으며, 80년대에는 5.18 광주 학살을 일으킨 전두환 군부 독재를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해 찬양했었고, 당시 민정당 출입기자로 전두환 정권 찬양에 앞장섰던 김인규는 이명박의 홍보특보를 거쳐 2009년 KBS 사장에까지 올랐다. KBS는 또, 불과 7년 전인 2012년 8월에도 당시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의 눈치를 보며, 박정희 유신 독재체제를 “독재”라고 감히 부르지 못하고, 이 “독재”라는 단어를 일일이 데스킹을 통해 지워낸 흑역사를 안고 있는 언론사다. 그리고 그렇게 지워낸 데스킹이 잘 된 데스킹이었다고 당시 보도본부장이 공정방송추진위 회의 석상에서 당당하게 공언했던 언론사가 KBS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13년 9월, KBS는 메인뉴스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찬양한 전력도 있다.

“공식 석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친근한 대통령의 모습...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인기. 감춰뒀던 중국어 실력...장애인 재활센터에서 쓰레기 봉투를 같이 접고, 학생 발명품 전시장에서는 가상 낚시에 푹 빠졌습니다...병마와 싸우고 있는 애국지사를 찾아 위로합니다...전통 시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TV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입니다. 이뿐 아니라 박 대통령은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시청자들이 분노한 이유

언론 자유라는 측면에서 따지면 KBS는 당연히 언론사로서 현재의 집권 권력에게 ‘독재’를 질문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적 맥락으로 보자면 KBS가 ‘독재’를 질문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 자유한국당이 과연 ‘독재’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 정당인지에 대해서도 필자는 부정적이다. 사람이라면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KBS가 대통령과 대담을 하기 이틀 전인 5월 7일 MBC는 국민들의 68.3%가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를 독재라고 비판하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28.6%에 불과했다.

최경영 기자 (nur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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