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등산복만 하다간 죽겠다"..신발에 티셔츠까지 "아웃도어, 생존 몸부림"

김영신 기자 2019. 5. 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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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 규모 매년 내리막..국내 업체 실적 뚝뚝
영 캐주얼·애슬레저 등으로 활로 모색..애매한 정체성 지적도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요즘 산에 갈 때 등산 바지 누가 입나요? 레깅스 입지…"

고어텍스 자켓과 등산바지·신발로 대표되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2019년 현재 마주한 현실이다. 한 때 "전 국민이 뒷산 갈 때 히말라야 가는 기세로 차려입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가 기능성 등산복으로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정체기를 넘어 역성장을 거듭하는 위기에 빠졌다. 여가 생활의 트렌드가 바뀐 데다가 소비 시장을 이끄는 새 권력으로 떠오른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 등산복은 '엄마, 아빠나 입는 촌스럽고 비싼 옷'이라고 여겨 외면하면서다.

위기에 빠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등산복 이미지'를 벗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감각을 가미한 옷이나 신발 등 캐주얼 패션이나 낚시, 운동(피트니스)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쪼그라드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대표 브랜드 실적도 '뚝'

16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등산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7조16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었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빅히트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역성장을 거듭, 2017년에는 시장 규모가 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아웃도어 시장이 최근 5년간 2조5000억원대 규모에 머무르는 정체기에 빠져있다는 추정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실적을 보면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묻어난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보유한 영원아웃도어와 네파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은 모두 2017년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2016년과 2017년 2년에 걸쳐 겨울 '롱패딩'이 인기를 끌며 잠깐 반등을 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추위도 덜한 데다 롱패딩 인기가 시들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다시 꼬꾸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웃도어 시장 불황은 최근 수년 간 우리나라 국민의 여가 생활 트렌드가 아웃도어(outdoor)에서 인도어(indoor)로 바뀌고 있다는 점과도 맞물려 있다. 미세먼지와 한여름 무더위로 인해 요가, 필라테스, 홈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 등 실내에서 하는 운동의 인기는 치솟으며 '애슬레저'라는 새로운 분야까지 등장했다.

애슬레저(athleisure)는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를 합친 말로 가벼운 스포츠 활동을 뜻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표적인 애슬레저 룩인 레깅스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4345억원에서 지난해 6958억원으로 약 60%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능성 살린 채 애슬레저·캐주얼·낚시로…'어반 아웃도어' 개척도

이제 '등산복 브랜드'는 옛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능성 기술은 그대로 지키면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애슬레저, 캐주얼, 낚시 등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영 캐주얼'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다. 브랜드 정체성을 아웃도어 이상의 '라이프웨어 스타일'이라고 표방하고 나섰다. 특히 신발에 주력한다. 올해 1월 출시한 어글리 슈즈 '버킷' 시리즈는 첫 출시 물량을 2주 만에 완판할 정도로 인기다. 4월 기준 신발 매출이 전체에서 40%까지 늘었고, 올해 신발 매출 목표를 500억원으로 세웠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디스커버리 익스페이션 팝업스토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제공) 2019.4.25/뉴스1

네파와 아이더는 '어반 아웃도어'로 승부수를 던졌다. 바깥 운동을 할 때 뿐 아니라 출근 등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일컫는다. 네파는 일반 면 소재 폴로 티셔츠의 단점을 보완, 땀이 나도 금세 마르고 향균·향취까지 하는 기능을 넣은 냉감 폴로 티셔츠인 '프레도'를 선보였다.

아이더도 냉감 기술력을 반영한 청바지, 티셔츠 등 의류를 주력 아이템으로 밀고 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과 협업한 의류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자신이 응원했던 출연자가 입었던 옷을 소유하는 '굿즈' 콘셉트다.

아이더 © 뉴스1

등산이 아닌 다른 야외 활동을 겨냥하기도 한다. 케이투(K2)는 낚시 쪽으로 선점을 노리고 최근 '피싱라인'을 새로 선보였다. 낚시할 때 입는 방수 자켓, 티셔츠, 조끼 등 의류와 장갑, 가방 등 용품을 내놨다. 밀레 역시 낚시 전용 의류 등을 선보였다.

블랙야크는 클라이밍이나 캠핑 의류·용품을 확대하는 한편 키즈 라인을 선보였다. '100대 명산' 프로그램, '우먼스 캠페인' 등 20·30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활동으로 브랜드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 전 브랜드가 피트니스·애슬레저 룩을 일제히 선보였다.

K2 © 뉴스1

이같은 변신으로 아웃도어 정체성이 애매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타고니아 등 외국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국내에 상륙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웃도어 정체성을 약화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들과 차별화가 되는 탓에 정통 아웃도어족(族)의 발걸음은 외국 브랜드로 쏠리는 추세다. 한편으로 캐주얼, 애슬레저 등 분야는 일반 패션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와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등산라인 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러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외국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국내 패션·스포츠 브랜드들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콘셉트에 머무르는 게 아니냐는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riwha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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