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홍준표에 '디스'당한 황교안의 10일..'논란 제조기' 장외투쟁

2019. 5. 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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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황교안의 장외투쟁 10일의 기록
출발부터 삐걱대며 고발 등 6가지 논란
홍준표 "돌아올 명분·시기 예측 뒤 나갔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취임 이후 ‘역대급’으로 바쁜 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황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은 16일로 10일째를 맞았습니다. 일단 오는 24일까지는 등에 가방을 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훑겠다는 계획이지만 초반부터 연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장외투쟁인지 대선주자 행보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그의 열흘을 따라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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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어색한 투쟁 선언

황 대표의 첫 출발지는 부산, 하지만 출발부터 어색한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첫 대장정 선포를 알리는 지난 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이 정기휴일이었던 것입니다. 전날 광안리 해변에서 좀 더 서민적인 장소로 가자는 황 대표의 제안에 급히 장소를 변경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을 확인하지 못했던 겁니다. 상인들 대신 한국당 지지자들이 자리를 채웠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나온 이들도 있어 민생대장정보다는 태극기 집회를 연상케 했습니다. 이후 한선교 사무총장이 당직자에게 세부 일정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등을 이유로 욕설을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후 일정에서는 운동권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역 임대아파트 부녀회를 찾아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외로운 싸움을 국민이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좌파들은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세력” “정상적으로 일해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정권을 겨냥했습니다. 또 “임종석 씨가 무슨 돈 벌어본 사람이냐. 제가 주임검사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이 만든 ‘문재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에도 나와 있는 ‘운동권·아마추어 정권의 경제 실험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 걸음도 진화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데 아직도 좌파 우파 타령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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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시민에게 고발당하다

11일 대구에서는 황 대표가 시민으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대구 수성구를 찾은 황 대표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주호영 의원과 함께 쓰레기 수거 차량에 탑승한 것을 두고 한 시민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겁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황 대표가 수거차량 뒤에 매달려 찍은 ‘인증사진’을 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청소노동자의 안전을 우롱하고 정치쇼를 위해 공공연히 불법을 자행한 황교안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민주일반연맹도 황 대표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합장을 하지 않고 손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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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전도사의 합장 거부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 12일에는 종교 편향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황 대표는 합장을 하는 대신 혼자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 있었습니다. 불교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기 부처를 씻기는 관불의식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는 독실한 침례교 전도사로 알려졌지만, 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행사에서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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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이·통장 불법 동원 논란

종교 편향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하루 만에 ‘불법 동원’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구미시 이·통장연합회장은 황 대표 구미보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지역 이장과 통장들에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구미 방문, 5월 13일 오전 10시 구미보 관련 시찰 및 행사가 있다. 단합된 모습으로 현수막을 준비하고,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돌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재정 대변인은 “(문자 발송은) 명백한 관련 규정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제 할 일을 제쳐놓은 황 대표의 대권행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며 “선관위는 관권선거를 시도한 책임자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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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황교안 물러가라” vs “황교안 대통령”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황 대표가 가는 곳마다 방문 규탄 집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과 양산, 마산, 청주, 대전 등에서 지역 시민단체의 규탄 집회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첫날 부산에서는 규탄 집회를 연 시민단체와 지지자들간의 충돌이 빚어지자 황 대표는 급히 동선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청주에서 지역 민주노총 등이 시위를 벌여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황 대표는 “여러분이 보시는 이런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현실”이라며 “일부에서는 간담회 장소를 옮기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우리가 왜 그래야 하냐”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반면 지지자들은 “황교안 대통령”, “황교안을 청와대로”를 외치며 그를 열성적으로 따라다녔습니다. 특히 폭이 좁은 시장길을 다닐 때면 당에서 “길이 복잡해 지지자들은 여기서부터는 동행하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황 대표와 한 번이라도 사진을 찍으려 애쓰며 “황교안 대통령”을 목청이 터지도록 외쳤고, 이에 상기된 황 대표도 “좌파독재 타도”를 부르짖으며 화답했습니다. 장외투쟁보다는 대선주자 행보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커피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마치고 나가던 중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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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공감 안돼…홍준표도 비판하는 장외투쟁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 여론은 냉혹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장외투쟁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4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한국당 장외투쟁의 비공감 응답이 60.3%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전혀 공감 안함’이 무려 50.5%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장외투쟁을 놓고 보수 지지층에 결집에 성공했다는 평가와 중도층 외연 확대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장외투쟁에 대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외투쟁은 시작할 때 이미 돌아갈 명분과 시기를 예측하고 나갔어야 한다”며 “그래서 야당의 장외투쟁은 참 어렵다. 어렵게 시작한 이번 장외투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도부가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당 장외투쟁이 전략 없이 길어지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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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엔 다시 광주행

장외투쟁 12일째를 맞는 오는 18일, 황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는 것을 두고는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습니다. 장외투쟁 직전인 지난 3일 광주에 방문했다가 물세례 맞은 황교안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한 이종명 한국당 의원의 제명과 의원직 박탈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5·18 기념식을 참여하려는 것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선데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일부러 황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려고 한다”고 지적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 대표가 국회에서 5·18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장외투쟁 내내 ‘논란 제조기’가 된 황 대표, 이번에는 더욱 거센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5·18 이전에 망언 관련 징계와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구성 협조 등 비판 여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장치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겠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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