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BTS 팬 '아미'들이 5·18민주화운동 공부하는 이유

2019. 5.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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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모두 다 눌러라 062-518"
방탄소년단 제이홉, 수록곡 '마 시티(Ma City)'에서 '5·18' 언급
국외 아미들, 가사 의미 번역하면서 5·18민주화운동 공부해
방탄소년단과 ‘마 시티(Ma City)’ 가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If you listen to ‘Ma City’ by BTS, you will hear J-Hope rapping “Press 062-518, everyone”. 062 is the area code of Gwangju and 518 is referring to Gwangju Uprising happened on May 18.’ (방탄소년단의 노래 ‘마 시티’를 들어보면,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이 “모두 다 눌러라 062-518”이라고 랩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062’는 광주의 지역 번호이고, ‘518’은 5월18일 발생한 광주민주화운동을 가리킵니다.)

자신을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ARMY)’라고 소개하고 있는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나 관련 기사, 글 등을 영어로 번역해 알려주는 트위터 사용자 ‘아미살롱’(@BTSARMY_Salon)이 지난해 5월 써서 올렸다. 이 사용자는 글에서 “1980년의 봄은 ‘서울의 봄’이라고 불린다.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가 피를 흘렸다. 이 기간 동안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5·18민주화운동을 소개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도 소개했다. 이 트위터의 팔로워는 12만7천명이 넘고, 해당 글을 게시한 블로그 글 링크를 올린 트위트의 리트위트(RT) 수는 4천이 넘었다. 글이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 방탄소년단 팬들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얘기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나 관련 기사·글 등을 영어로 번역해서 알려주는 트위터리안 ‘아미살롱’(@BTSARMY_Salon)이 지난해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5·18민주화운동 소개글 갈무리.

방탄소년단을 따라 5·18민주화운동을 공부하는 외국인 아미들이 늘고 있다. 계기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다. 2015년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pt.2’에 수록된 노래 ‘마 시티(Ma City)’는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본명 정호석·25) 등 멤버 3명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멤버 각자가 자란 도시를 주제로 담았다. 제이홉은 이 노래에서 “나 전라남도 광주 베이비(baby)”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 다 눌러라 062-518”이라고 랩을 한다. “7시 모여 집합”이라는 가사는 광주의 지도상 위치가 7시 방향이라는 이유로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가 광주를 비하할 때 쓰는 ‘7시’라는 표현을 저격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26)는 데뷔 전 ‘062-518’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마 시티’가 공개된 뒤 이와 같이 ‘7시’와 ‘062-518’라는 숫자 안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국외 팬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이 때문에 2016년 한 아미는 자신의 블로그에 영어로 이 노래 가사를 번역하면서 내용을 설명하고 “일베는 5·18민주화운동이 북한군과의 공모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근거를 보여주는 건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광주를 ‘7시’라고 부르며 5·18이 북한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후 복역했지만 나중에 한국 대통령이 됐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해당 글을 본 외국인 아미들은 “가사의 의미를 알려줘서 고맙다”, “광주의 역사가 이렇게 슬픈 줄 몰랐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러 가야겠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5·18 묘역을 직접 찾은 아미들도 있다. 지난달 28일 ‘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기원-SBS 슈퍼콘서트’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보러 온 외국인 아미들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분향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묘지를 찾았던 우크라이나인 아미 조토바 아나스타샤(21)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배우게 됐다. 콘서트를 보러 가기 전 시간이 생겨 친구들과 같이 묘역에 방문했다“며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이런 중요한 사건을 알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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