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유튜버부터 AV 배우까지..성인지성 없는 광고 '눈살'

2019. 5. 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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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르카'와 케이티 광고 모델 논란
보겸과 시미켄. ‘보겸TV’ 갈무리

한 모바일 게임 업체가 일본의 성인영상물(AV·Adult Video) 배우를 광고 모델로 섭외해 광고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일 모바일 게임업체 유알유게임즈는 21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12살 이용가 게임 ‘아르카’의 홍보 모델로 시미켄(본명 시미즈 켄·40)을 섭외했다. 시미켄은 22년 동안 9500여개의 성인영상물에 출연한 일본 배우다. 시미켄은 구독자가 약 43만명에 달하는 ‘시미켄티브이(TV)’라는 유튜브 채널도 한국어로 운영하고 있다.

“엠엠오알피지(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절정을 경험했습니다!”, “벌써 100만이 믿고 따른 그 작품. 형 믿지? / 네, 믿어요, 형.” 시미켄이 출연한 아르카 광고는 이같은 문구와 함께 포털 메인에 있는 배너 광고로 걸렸다. 시미켄이 “형 알지?”라고 등장해 춤을 추는 광고 영상이 티브이(TV)와 영화관, 유튜브와 국내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중계 등에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광고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3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일본 AV(야동) 배우의 한국 광고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17일 오전 9시 현재 9800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청원글에는 “일본 등과 같이 포르노 제작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야동 배우를 티브이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어른들도 광고를 보고 불쾌할 뿐 아니라, 유아동들의 성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광고를 당장 금지해주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누리꾼들은 특히 성인영상물 배우를 쓴 광고가 광고 플랫폼과 시간대에 대한 고려 없이 편성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Jfua*****)는 “일본에서 공중파 방송에 AV 배우가 나오긴 하지만, 그런 방송이 나올 때는 대부분 밤 12시 이후, 즉 미성년자들의 시청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간대”라며 “시미켄 광고는 미성년자가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나온다. (일본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르카는 광고 제품부터 미성년자가 접근할 수 있다”며 광고 모델 선정이 주 소비자층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아르카는 ‘12살 이용가’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djnet*****)는 “일본 AV 배우 시미켄이 찍은 모바일 게임 광고가 공중파를 버젓이 타고 ‘형이 거기서 왜 나와’라면서 낄낄 대는 거 보고 쇼킹했다”며 “모두가 다 보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진 못했던 금기가 깨지고 재미있고 센스있는 밈(인터넷 등을 통해 퍼진 스타일이나 말투, 행동양식)처럼 소비되는 현실. 앙 기모띠(‘기분 좋다’는 뜻으로 일본 성인영상물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를 용인한 결과로 여기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유사 사례는 또 있다. 앞서 케이티(KT)는 지난 9일 여성혐오 방송, 데이트 폭력 논란 등이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보겸’이 나온 광고를 공개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광고를 내렸다. 보겸은 구독자 수 30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보겸티브이(TV)’를 운영하는 인물로,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전력이 있다. 보겸은 지난 3월 시미켄과 협업 방송도 진행했다.

일본 성인영상물(AV) 배우 시미켄이 출연한 모바일 게임 ‘아르카’ 광고(위)와 유튜버 보겸이 출연한 케이티(KT)광고(아래) 갈무리.

보겸이 나온 케이티 광고가 등장하자 누리꾼들은 ‘#보겸_OUT’ ‘#케이티_불매’ 등의 해시태그로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케이티가 모델 선정에 대해 항의하는 고객에게 “사업자가 광고 모델을 누구로 정하는지 여부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해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모델이 불편하면 광고를 안 보면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는 ‘광고’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문화평론가 황진미씨는 “광고야말로 공기와 같이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매체 환경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광고가 눈앞에 등장하는 상황이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들이 팔고자 하는 상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모델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심사숙고해서 모델을 골라야 한다. 불매운동을 부르려고 광고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예전에도 게임업계에서 소라 아오이 등 일본 AV 배우들을 한국에 초청해 마케팅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그때는 성인용 게임이었다. 이번 사례처럼 ‘12살 이용가’에 AV 배우가 마케팅으로 등장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윤리적인 회사라면 고객으로 설정한 사람들을 위한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 해당 게임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이 광고를 보고 ‘이 사람이 누군데 인기가 있어?’라고 궁금해하며 시미켄이 출연한 성인영상물을 접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슈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부작용도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게임의 경우 어느 정도 서브컬처적인 요소가 있지만, 케이티라는 대기업이 보편성의 이름으로 논란이 있는 유튜버를 모델로 선택한 건 정말 황당하다. 광고 모델이 어떤 성차별 발언을 했든, 데이트 폭행을 했든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태도”라며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인지 기업이 깨달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 불쾌감을 표현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건 옳은 움직임이다. 더 강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이슈 연재 :게임업계 여성혐오…혐오에 쫓겨나는 여성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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