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랍' 한인 석방 뒤엔, 文-UAE 왕세제 약속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 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씨가 피랍 315일 만에 우리 시간으로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주씨는 한국 정부에서 신병을 인수하여 현지 공관의 보호 아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머물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한국 정부는 피랍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TF’를 구성했다”며 “리비아 정부는 물론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하여 인질 억류지역 위치 및 신변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정부는 우리 국민의 무사 귀환을 위해 힘쓴 우방국 정부에 감사를 전한다”며 “특히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주씨 석방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UAE 정부와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서울서 열린 한ㆍ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 대통령에게 석방 지원을 약속한 것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주씨 석방을 끌어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UAE 정부가 어떤 채널로 주씨 석방에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정 실장은 “UAE 외교부에서 발표가 있었지만, UAE 외교부가 리비아 외교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끌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구체적 석방 조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UAE 쪽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현금은 아니다”며 “UAE가 가진 그 지역에서의 영향력, 부족 간의 협력관계 등을 동원해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리비아 현지에 청해부대를 파견했지만, 직접적인 군사 작전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했지만, 리비아는 현재 내전이 진행 중이어서 최근에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구출 작전이라든가 심지어는 석방을 위한 협상 과정도 그렇게 용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리비아 피랍 국민과 관련해선 외교부가 소통 창구로 나서왔지만 이날 발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했다. 이런 배경에 대해 정 실장은 “주씨 석방은 우리 정부로서는 지난해 7월 6일 때부터 대통령께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계속 조기 석방을 추진해 온 사항”이라며 “우리 정부 외교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리비아에는 우리 국민 4명이 체류 중이며, 정부는 이들에게 조기에 리비아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분들이 거기서 떠날 사정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계시다”며 “4분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내 귀국하든지 아니면 인근국으로 가실 수 있게 권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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