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잘 나갔던 재미동포 장교의 추락

이철재 2019. 5. 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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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연합훈련에 참가한 최희동 당시 중령(제일 오른쪽)이 이지스 구축함인 채피함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함장까지 지냈던 재미동포 1.5세 미국 해군 영관급 장교가 해군 제독의 꿈을 접게 됐다. 미 해군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인 네이비타임스는 리처드 스펜서 해군 장관이 최근 최희동 대령에게 견책장(letter of censure)을 보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견책장은 징계 사유를 개인에게 통지하는 서류다. 스펜서 장관은 지난달 26일 견책장에 서명했다.

네이비타임스가 입수한 견책장에 따르면 최 대령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제7함대 등 서부 태평양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군수업자인 프랜시스 리어나르도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 해군의 전투함을 수리ㆍ보수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리어나르도는 계약을 계속 따내기 위해 미 해군의 지휘관과 참모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리어나르도의 별명을 따 ‘뚱보(Fat) 리어나르도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 때문에 10명이 넘는 미 해군의 제독과 대령들이 처벌되거나 불명예 제대했다. 2012~2015년 태평양 사령관(현재 인도ㆍ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새뮤얼 록리어 예비역 제독(해군 대장)도 이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

최 대령은 2001년 리어나르도와 친분을 맺었다. 이후 리어나르도에게 미 해군의 주요 간부들을 소개해주거나 해군의 정보를 건넸다는 게 견책장의 주요 요지다. 그 대가로 2만5000 달러(약 3000만원)에 해당하는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동포 1.5세인 최 대령은 일리노이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학군사관(ROTC)으로 해군에 입대했다. 2008년 4월 한인 최초로 이지스 구축함인 채피함(DDG 90)에 취임했다. 2009년 3월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ㆍ독수리 훈련 때 한국을 찾았다. 당시 많은 국내 매체들이 그와 인터뷰했다.

미 해군 최고의 미사일 요격 전문가인 그는 한때 유력한 제독(장성) 진급 후보자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견책 때문에 진급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익명을 요구하는 군 관계자는 “최 대령은 앞으로 강등되거나 불명예 제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이름을 고집하며 한국의 뿌리를 아직도 잊지 않는 사람인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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