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성+식량지원'으로 남북 대화 물꼬 트기 시도

서재준 기자 2019. 5. 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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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불허 끝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800만 달러 공여도
6월 韓美 정상회담 앞두고 '北 당기기'..北 반응에 주목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과 김서진 상무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승인 문제와 관련한 정부측 브리핑 뉴스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북 승인과 대북 식량지원 방안 확정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 모두 북한의 현재 '니즈(needs)'와 맞닿아 있는 결정으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은 약 3년여 만에 공단 내 시설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2016년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입주기업인들이 공단 내 시설에 접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주기업들은 폐쇄 이후 꾸준히 방북을 위해 정부에 관련 협조를 요청해 왔다. 지난달 30일에 제기한 방북 신청이 9번째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입성을 위한 노력이 8전 9기 끝에 성공한 셈이다.

정부는 앞선 8번의 신청은 모두 불허하거나 '제반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승인을 유보한다'는 사실상의 불허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다 올해 2월 북미 정상회담을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3월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개성공단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대북 제재와는 무관한 사안이며, 향후 정부가 대북 제재 '비틀기'를 목적으로 기업인들의 방북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북 제재 문제로 인해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이 대북 메시지로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미국 측에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암묵적인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날 관련 발표에서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취임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8일 개성공단을 찾으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공단 방문은 공단 내 위치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하는 우리 측 인력에 대한 격려가 주목적이었지만, 북측은 "필요한 예우를 갖추겠다"라며 김 장관의 방북을 승인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문은 향후 대화 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가 단행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우선 거론될 수 있는 카드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전제 조건과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어 북측의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현안으로 떠오른 사업인 셈이기도 하다.

북측은 이번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을 계기로 지난 3년여간 '잘 관리해 온' 개성공단의 모습을 공개하며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의지와 성의를 보여 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롯데국제관 WFP(세계식량계획) 서울 사무실 모습. 2017.9.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북 식량지원은 지난 2월부터 북한이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요구해 온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요청에 호응하는 형식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당초 남북 간 교류협력과 대화의 추동력을 살리기 위해 쌀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일단 국제기구에 800만 달러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공여 방식을 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추진한 방안이다. 아울러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을 지원할 경우 절차와 모니터링, 물자 준비 등에 걸리는 시간이 직접 지원에 비해 대폭 축소된다.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의 효율성과 효과를 모두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북한이 지난 12일 대외 선전 매체를 통해 우리 측의 식량을 포함한 우리 측의 인도지원 방침에 대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비난한 것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할 경우 당국 간 협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밀고 당기기'를 생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기구가 기존에 운영하던 식량지원 방식은 아동 및 임산부에 대한 영양지원이다. 이는 쌀이 아닌 밀가루 혹은 옥수수 가루 지원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는 당초 검토됐던 안 중에 하나인 쌀 지원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측의 움직임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이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의 수락 의사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지원은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진 않으나 북한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관련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 '호응'에 가까운 입장이 표출될 경우 남북 간 대화 국면에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기대대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방북 승인과 식량지원을 통해 남북 간 대화 물꼬가 트일 경우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미 간 대화도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6월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내지는 필요성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북측과의 대화 국면 전개 여부에 따라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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