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우토반에서 시속 250km까지 당겼습니다"

박돈규 기자 2019. 5.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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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바이크족 성지, 포천 아우토반
단속 거의 없어 최대로 질주
직선 도로로 사고 많지 않아

"직진하고 싶을 때는 '포우토반'으로!"

"시속 250㎞까지 당겼습니다. '포우토반'은 역시 성지(聖地)더군요."

오토바이를 즐기는 바이크족(bike族)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왔다. '포우토반'은 '포천 아우토반'을 줄인 말. 47번 국도 중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서파검문소부터 일동면 사직리까지 직선 구간(길이 약 20㎞)을 일컫는다. 그 길로 더 가면 강원도 철원에 닿는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80㎞. 하지만 단속 카메라도 없고 차가 적어 시속 150~250㎞까지 질주하는 일이 흔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바이크족 구모(43)씨는 "서울 근처에서 속도를 내기엔 포천 아우토반만큼 좋은 도로가 없다"며 "주행풍과 움푹 팬 곳, 돌빵(돌멩이가 튀는 것)만 조심하면 마음껏 당기며 과속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달릴 때는 전방을 주시해야 해 풍광을 볼 겨를은 없다. 그는 "포우토반을 왕복하면서 바이크를 길들이고 스트레스를 푼다"며 "끝나면 카타르시스가 밀려온다"고 했다.

포우토반은 양평 유명산, 강화도 방면과 함께 수도권 라이딩 코스로 손꼽힌다. 주말에는 바이크족이 수백 명 몰려온다. 포우토반은 꼬불꼬불한 길을 고속으로 달리다 자빠지고 미끄러지는 유명산 쪽과 달리 사고가 뜸하다. 거의 직선 도로이기 때문이다.

바이크족에도 속된 말로 '양아치'가 있다. 길이 막힐 때 차와 차 사이로 달리거나, 소음기를 떼 시끄럽게 하는 부류다. 정차선으로 주행한다는 한 동호회원은 "바이크가 좀 빨라서 위험하니까 소리를 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지만 본질은 과시욕"이라며 "정기 검사 받을 때만 소음기를 붙이거나 불법 개조한 바이크를 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포천 일동면에서 백운계곡 방향으로 달리던 바이크 동호회원끼리 추월하다 추돌 사고가 났다.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다쳤다. 포천경찰서 교통관리계는 "이른바 포우토반에는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가 하나 있다"면서도 "번호판이 뒤에만 있는 오토바이는 앞에서 촬영해도 별 실효성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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