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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데이터 국외 반출 금지" 美 "해외 미국기업 데이터도 다 관리"

강동철 기자 2019. 5. 1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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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계대전, 길 잃은 한국] [3]
인공지능이 먹고 크는 양분 역할.. 세계 각국서 무한 확보 경쟁
"전 인류의 정보를 빨아들여라" 美·中 패권 다툼 갈수록 가열

이달 13일(현지 시각) 중국 게임회사 쿤룬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소셜미디어 '그라인더'를 오는 2020년 6월까지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하자마자 매각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매각 강제 명령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3월 미국인 800여만명이 그라인더를 이용하는데 이들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가면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매각 명령을 내렸다. 그라인더는 세계 최대의 성(性)소수자 커뮤니티다. 미 정부는 쿤룬이 그라인더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형컴퓨터들이 모여있는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미·중이 세계 데이터 패권을 쥐기 위해 정면충돌하고 있다. 자국 테크 기업들을 앞세워 세계인의 데이터를 흡수하는 팽창 정책을 펴는 것이다. CCTV에 찍힌 동영상부터 차량 운행 데이터, 홍채·지문·걸음걸이와 같은 생체 데이터에 이르는 모든 인간의 활동이 인터넷을 통해 수집되면서 전 세계 데이터양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작년에 벌써 33ZB(제타바이트·1ZB는 1조1000억기가바이트)에 달했고 2025년 175Z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약 80억명이 1인당 연간 영화 2만4000편 분량의 데이터(편당 1GB 기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한한 데이터를 장악하기 위해 미·중이 맞붙은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패권이 있다. 데이터는 AI의 연료다. AI를 개발할 때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미·중의 데이터 패권주의에 맞서, 자국 데이터를 뺏기지 않으려는 '데이터 민족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러시아·호주·베트남 등이 '자국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자국 내에 저장해야 한다'는 법률을 속속 제정하고 나선 것이다.

◇美·中 데이터 패권 전쟁 최근 3~4년은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미국 기업의 무차별적인 데이터 독식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급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 테크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더니 2년 전엔 '인터넷안전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생성된 모든 데이터에 대해 국외 반출을 금지했다.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중국에서 발생한 고객 데이터를 한국으로 보낼 수 없다. 중국 정부는 필요 시 자국민의 데이터를 볼 권한이 있다.

미국은 즉각 반격했다. 작년 3월 '클라우드법(CLOUD ACT)'을 만들었다. 골자는 미국 정부가 테러·범죄 수사와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해외에 저장된 미국 기업의 데이터를 들여다볼 권한을 갖는다는 것. 예컨대 중국 베이징에 있는 MS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중국인 데이터를 미국 정부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데이터의 법적 관할권을 두고 정면충돌한 셈이다. 첨예한 미·중 무역 전쟁에서도 데이터 주권 문제는 갈등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인터넷안전법을 개정해) 미국 기업에 데이터 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러시아·호주·베트남… 데이터의 해외 유출 막아 주요 국가는 자국민 데이터를 자국 주권의 범위로 한정 짓는 법률을 연이어 제정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일 러시아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해외로 가지고 나갈 때 정부 검열을 거치도록 강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해외 기업의 무차별적인 데이터 수집과 국외 반출을 금지한 것이다. 베트남도 작년 데이터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EU가 작년 5월 발표한 GDPR(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개정안은 유럽 내에서 수집된 EU 시민의 개인 정보 데이터를 역외로 반출하는 것을 막았다.

호주 정부는 작년 말 해외에 있는 자국민의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했다. 해외 기업이 해외에 보관한 호주 국적민의 데이터라도, 호주 정부가 제공을 요청할 근거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선 데이터 주권과 관련한 논의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해외 각국에선 데이터 국외 이전 문제와 데이터 주권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한창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주권 논의는커녕,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학습 AI(인공지능)는 인간의 두뇌만 가능했던 자율 사고와 판단, 학습 능력을 모두 갖고 있다. 예컨대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판단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나 작곡을 하거나 소설을 쓰는 창작 AI가 대표적 사례다.

AI가 컴퓨터 프로그램과 달리 획기적인 이유는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같은 학습 능력이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스스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머신러닝은 16만 건의 기보를 학습해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방식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엔지니어 아자 황은 아마 6단의 실력이지만 그가 만든 알파고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세계 최강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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