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쏴 자세로 무차별 사격" 5·18 계엄군 지휘관 수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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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발포를 기록한 공수부대 대대장의 수기가 최초로 발견됐다.
<한겨레> 의 연속 보도로 제기된 카빈총 희생자 조작, 암매장·민간인 학살 의혹과 발포 명령자 등을 규명하려면 하루빨리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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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5월21일 금남로 현장 지휘한
공수부대 대대장 기록 첫 발견
'자위권 발포' 신군부 주장 반박
"진상규명위서 규명" 목소리 커져
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발포를 기록한 공수부대 대대장의 수기가 최초로 발견됐다. <한겨레>의 연속 보도로 제기된 카빈총 희생자 조작, 암매장·민간인 학살 의혹과 발포 명령자 등을 규명하려면 하루빨리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인 이재의 박사는 5·18기념재단 주최로 17일 열린 5·18 학술포럼에서 발표한 논문(‘군의 5·18 왜곡조작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5·18 당시 11공수여단 62대대장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이 작성한 수기를 공개했다. 공개된 수기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담겨 있다. “운명의 13:00 정각 (중략) 병력들은 마치 옛 전장에서 횡대 무릎쏴 자세로 적을 공격하는 듯한 자세로 일제히 분수대 앞에 포진하여 응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략) 물러서 있는 군중에게 무차별 사격을 중지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친다.”
특히 ‘횡대 무릎쏴 자세로 적을 공격하는 듯한 자세로’라는 대목과 ‘물러서 있는 군중에게 무차별 사격을 중지시키고자’라는 대목에 대해 이 박사는 “가로로 대열을 지어 무릎쏴 자세로 사격했다는 것은 방어 차원이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일제사격이 이뤄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중령의 수기는 육군본부 군사연구실에서 낸 <광주사태 작전참가요원 수기>(88년·27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85년 이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80년 5월21일 금남로 집단발포 현장에 있었던 11공수 62대대장이었던 이 중령의 수기는 “공식적인 군 문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이 중령의 수기 내용은 보안사령부 505보안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광주 소요사태’라는 기밀문서에 편철된 발포 명령 문서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여기에는 ‘80년 5월20일 23시15분 전교사(전투교육사령부) 및 전남대 부근 병력에게 실탄 장전 및 유사시 발포 명령 하달(1인당 20발)’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최세창 3공수여단장은 5월20일 밤 10시30분 ‘경계용 실탄’을 이미 지급했고 이때 발포로 시민 4명이 숨지기도 했다. 군에선 실탄 배분은 발포 명령과 같다고 여겨진다.
특히 북한군 투입설 등 5·18 왜곡·폄훼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여야가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5·18을 둘러싼 상황은 진상규명 없는 과거사 정리와 정치적 타협에 의한 사면복권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면 이제라도 서둘러 진상조사위를 꾸려야 한다”고 했다. 군인들의 증언과 관련 기록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계엄군 등이 적극적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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