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경제지표 비판, 부실한 팩트체크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9. 5. 18. 06:20 수정 2019. 5. 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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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자의적인 체크는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8일 정부가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 부문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자 보수언론은 일제히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들을 팩트체크 한다면서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한 언론은 “좋은 경제 지표만 골라서 짜깁기한 홍보물에 가깝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보수언론은 "‘경제 참사’가 빚어졌는데 정작 정부는 나쁜 지표는 쏙 빼고 일부 괜찮은 지표만을 골라 문 정부 2주년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언론은 "고성장했다는 한국이 지난해 OECD 18위이고 경제성장률이 1996년 이후 최저 순위이다"며 정부의 발표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보수언론이 팩트를 체크했다는 내용을 살펴보면 문 정부에 대한 비난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경제지표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자의적인 주장이 많았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팩트체크 하려면 제대로나 할 것이지"라며 적지 않은 논란거리가 됐다.

첫째,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정부의 평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OECD 36개 국가 중 18위를 차지해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로 떨어졌다는 반박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로 36개 OECD 국가의 성장률을 일렬로 세워보면 18위에 위치한다. 그러나 성장률 상위 국가들은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세계 100위 권 정도로 작은 신흥 국가들이 다수다. 게다가 지난해 2.7%의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도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4개국이나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규모를 갖춘 국가들과 비교하는게 타당한데 OECD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1개 선진국들과 비교한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공동 6위에 해당하며,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 중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만약 보수언론의 팩트체크가 타당한 비교가 되려면 선진국인 프랑스(29위), 독일(31위), 영국(34위), 이탈리아(35위)의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고, 일본(36위)은 경제성장률이 OECD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어야 했다.

둘째, 정부는 지난해 수출 규모가 사상 첫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자랑했지만, 작년 12월부터 수출이 연속 5개월 마이너스를 기록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는 반박이다.

하지만 수출 성과를 시계열로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은 20% 넘게 크게 증가했지만, 2012년부터 -1.3%로 감소했고, 2013~2014년 2.1%, 2.3%로 소폭 증가하다가 2015~2016년에 수출 증가율이 -8.0%, -5.9%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실적이 이때부터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7~2018년 들어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수출은 15.8%, 5.4% 크게 늘었고, 특히 지난해 수출은 6049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상식적으로 역대 최고의 수출 기록을 연이어 달성하기도 힘들 뿐더러 지난해 역대급 수출 실적에 따르는 기저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올해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특히 올해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단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것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지면서 지난 1~4월 수출증가율은 -6.9%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감소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 4월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2.5%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근본적으로 수출 지표는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변동성 역시 크다. 수출 대국인 중국도 지난 2월 수출이 무려 -20.7% 감소했을 정도인데, 보수언론이 팩트를 제대로 체크하려면 이러한 수출 흐름과 글로벌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했어야 했다.

셋째, 물가상승률이 1.5%로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정부가 강조한 반면, 보수언론는 지난해 쌀값이 27.1% 상승, 감자는 21.4% 올라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급등한 품목만을 골라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했다며 호도하는 가짜뉴스에 가깝다. 통계청의 생활물가지수 품목 140개 중 지난해 물가가 20% 이상 오른 품목은 쌀, 감자, 오징어 딱 3개가 전부다. 그런데 보수언론이 팩트를 체크한다면서 이 중 2개만 골라 전체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했다고 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물가가 10% 이상 오른 품목도 수박, 깻잎, 호박 등 기후 여건에 민감한 9개 품목이 전부다. 5% 이상 오른 품목도 전체 23개에 불과하다. 반면 오히려 달걀(-28.1%), 양파(-19.4%), 귤(-16.4%) 등 40여개 품목은 물가가 하락했고, 전체 140개 품목 생활물가지수는 1.6% 상승에 그쳤다.

넷째, 정부는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했으나, 보수언론은 작년 4분기 소득 1-5분위 배율이 5.47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소득 1-5분위 배율과 소비자심리지수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표로서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지난해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을 땐 보수언론이 앞다퉈 경제심리가 최악이라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었다.

한편 소득 1-5분위 배율 상승은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볼 수있지만, 1인 고령화 가구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상대적으로 젊은 가구는 맞벌이 비율이 높아지는 등 표본가구 구성상의 변화로 인한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정부는 지난 1~2월 취업자가 20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했는데, 보수언론은 60대 이상 취업자가 30만명 증가하고 30~40대는 2개월 연속 20만명대로 감소했으며,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1%로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간과한 지적에 불과하며, 지난 1~3월 기준으로 60대 이상 취업자는 33만5000명 늘었지만 인구는 53만9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30~40대 취업자는 26만1000명 줄었지만, 인구 역시 비슷한 24만8000명 감소했다. 즉 60대 이상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인구가 늘어난 효과를 무시할 수 없고, 30~40대 취업자가 줄어든 것도 해당 연령의 인구가 더 많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보는게 맞다.

한편 청년(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1~3월의 42.1%에서 올해는 42.9%로 0.8%p나 상승했으며,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0.0%에서 올해는 9.7%로 오히려 하락했다. 청년체감실업률은 실업자 외에 잠재적 구직활동자(일부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는 고용시장의 보조지표로, 이 또한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또는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영향이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추경을 위해서 국채를 발행해도 GDP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39.5%로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보수언론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38.2%를 유지하다가 올해 1.3%p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살펴보면 2010년 31.0.%에서 2015년 37.8%로 연간 1%p 가량 증가하는 추세였고, 특히 2013년 2.1%p 증가, 2014년 1.6%p 증가, 2015년 1.9%p 증가로 3년 평균 2.0%씩 크게 늘었다가 2016년과 2017년에 정체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채무비율이 1.3%p나 늘었으니 재정건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왜곡된 분석이다. 게다가 국가 채무에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은 2017년 기준으로 42.5%로 OECD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주요국 평균치 90.3%와 비교할 때 오히려 매우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언론이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팩트를 체크하려면 정확하고 제대로 해야지 자의적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언론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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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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